[르포] 우버·리프트의 고향 샌프란시스코에서 체험한 차량공유 플랫폼 | ‘우버-택시 갈등’ 해결법?…‘공항 앞 우버 금지’ 같은 ‘제한적 규제’

샌프란시스코=이소연 조선비즈 기자 2022. 12. 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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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본사. 2 12월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주요 시설과 동떨어진 외부 주차장에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 승객 탑승 장소가 있다.3, 4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안내 표시엔 우버나 리프트 탑승 장소가 나와 있지 않다(위).반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국제공항의 경우 명확히 표기돼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라스베이거스(미국)=이소연 기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대표적인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와 리프트가 탄생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성지(聖地)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전 세계에 유행시킨 이들 플랫폼이 설립된 지 올해로 각각 13년, 10년을 맞았다. 공유 플랫폼의 탄생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리프트를 직접 체험해 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빌리티 혁신의 발상지인 샌프란시스코 역시 한국과 같은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국내에선 토종 승합차공유 서비스 타다, 국내에 진출한 우버 등 외국계 차량공유 서비스와 기존 택시 사업자 간 갈등이 빚어진 적이 있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기사의 갈등으로 그 대상을 바꾼 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역시 택시와 우버로 대변되는 전통 산업군과 새로운 산업군 사이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공항 앞 정류장에는 택시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도심 번화가에는 우버·리프트의 통과를 금지하는 등 제한적인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기존 사업자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발 빠른 정책으로 시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공항 앞에서 우버 타려면 10분 걸어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우버 차량을 호출하니 현재 위치에서 주차장에 있는 탑승 장소까지의 복잡한 이동 경로가 추가로 표시된다. 사진 우버 앱 캡처

12월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짐을 찾고 공항 건물을 나서자마자 한 손엔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든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관광객을 여럿 마주칠 수 있었다. 모두 우버 혹은 리프트 차량에 탑승하는 장소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공항 안내판에는 ‘에어포터(공항버스)’ ‘택시’ ‘셔틀밴’ 등에 탑승하는 장소만 표시돼 있었다.

이들과 함께 출구 바로 정면에 있는 택시 탑승 구역으로 이동했으나 공항 안내 직원은 “우버나 리프트는 이곳까지 진입할 수 없어 (공유 차량을 이용하려면) 다시 건물로 돌아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무빙워크를 지나 밖으로 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장시간 비행에 지친 다수는 대기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는 일반 택시를 선택했다.

공유 차량에 탑승하려 했던 기자는 다시 공항 건물로 들어가 미로 같은 내부를 헤맨 뒤 주차장으로 나가야 했다. 10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지하에 내려가서야 겨우 제대로 된 공유 차량 탑승 장소 안내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어렵게 우버에 탑승해 만난 기사는 호출한 차량을 찾으러 오는 길이 고되지 않았냐며 인사를 건넸다. 브라질 출신으로 고향과 미국을 3~4개월씩 왔다 갔다 하며 7년간 우버 운전을 했다는 그는 “예전엔 우버나 리프트도 일반 택시 기사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승객을 태웠다”며 “하지만 택시 기사들 반발과 우버, 리프트 차량 때문에 공항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항의가 이어져 공항 내 탑승 장소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도심 내에서도 다소간 불편은 이어졌다. 그곳에서 탑승한 리프트 기사에게 주요 식당과 상점 등이 몰린 샌프란시스코 중심지 마켓 스트리트의 관광 명소 페리빌딩 부근으로 갈 수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켓 스트리트 내부는 교통 혼잡 방지 차원에서 리프트 차량은 진입할 수 없도록 하므로 금지된 지역을 빙 돌아 인근에 내려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용자는 불편한 동선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켓 스트리트에 가까워지자 ‘(공유 차량) 진입 금지’라는 빨간 표시판 아래 대중교통, 자전거, 택시는 예외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택시’는 일반 택시로, 리프트나 우버 등 공유 차량은 해당하지 않는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차량공유 이용자는 급증

샌프란시스코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이 겪는 이런 불편함에는 시 당국이 오랫동안 고민한 흔적이 녹아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국은 2018년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서비스가 차량 통행량을 늘려 교통 체증을 불러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교통 혼잡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들 플랫폼의 차량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도로를 배회하는 바람에 심야 시간을 중심으로 차량 정체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교통국 이사회(SFMTA)는 2020년부터 도시에서 가장 혼잡한 주요 거리 마켓 스트리트 7개 구역(블록)에 대해 우버와 리프트 등 공유 차량을 포함한 개인 소유 차량의 접근을 막았다. 일반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 응급 차량, 상용차(commercial vehicle), 보조 교통수단(paratransit)은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차량공유 서비스와 기존 택시 기사와 갈등 역시 당국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였다. 공유 플랫폼 차량의 경우, 택시 면허가 없는 자가용 운전자도 사실상 택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플랫폼 규모가 커질수록 거금을 투자해 면허를 확보한 택시 기사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빚을 내서라도 개인 면허(medallion)를 발급받았던 기사들은 면허 가격이 급락하자 자신들이 약 3억원에 달하는 가격에 구매한 면허를 시(市)가 다시 되사갈 것을 요구하며 2020년부터 시청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결국 그 대응책으로 샌프란시스코시는 기존에 큰 금액을 지불해 면허를 구매한 택시 운전사에게 공항에서 우대권을 계속 유지해 줄 것을 약속했다. 공항에서 승객을 만나기 가장 좋은 탑승 장소에 우버나 리프트가 아니라 일반 택시가 서 있는 이유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차량공유 서비스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평점과 리뷰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 기존 택시 업계의 문제였던 승차 거부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 등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편의가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노숙자 인구로 인해 불안정한 치안도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구비된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공유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우버는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2% 증가한 82억4000만달러(약 11조254억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억2400만 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란세스코(35)는 “기존 택시 기사들은 큰돈이 되지 않거나 ‘선셋 디스트릭트’처럼 돌아오기 힘든 특정 지역에선 승차 거부를 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서 “반면 공유 플랫폼 차량은 승차 거부도 없고, 리뷰 시스템으로 일정 수준의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어 금액이 비싸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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