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미룬 구조조정 '성큼'…살생부 기업 25개↑ 185개

노희준 2022. 12. 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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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2022년 정기신용위험 평가 평가 발표
185개사...C(84개, +5개), D(101개, +20개)
코로나 착시 끝...2018년 수준으로 증가
대기업(2개, -1개), 중기(183개, +26개)
전년대비 부동산 기업(15개, +12개) 5배로 늘어나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코로나19 이후 미뤘던 구조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 속에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징후기업이 전년보다 25개 많은 185개로 불어났다. 부실기업이 줄었던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특히 회생절차(법정관리)가 필요한 D기업이 20개 확대됐다. 기업별로는 중소기업 중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많이 나왔고 업종별로는 부동산의 부실징후기업이 5배로 불어났다. 한계기업 증가와 복합위기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료=금감원)
이자비용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 107개 늘어

금융감독원은 채권은행이 2020년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185개를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신용위험평가는 은행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대상 기업을 골라내는 절차다. 채권은행은 매년 고객 기업에 대한 재무평가 등의 기본평가를 거쳐 한계기업이나 완전자본잠식(자본총계 마이너스기업) 기업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추가적으로 촘촘한 세부평가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기업을 네 등급(A B,C,D)으로 분류한 뒤 C와 D기업에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추진한다.

올해 185개 부실징후기업은 전년 대비 25개 늘어났다. 앞서 2020년(157개)과 2021년(160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구조조정 기업이 크게 줄었지만, 다시 2018년(190개)과 유사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워크아웃이 필요한 C등급은 84개, 회생절차가 적합한 D등급이 101개로 전년 대비 각각 5개, 20개 늘어 회생절차 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 기업이 불어났다.

(자료=금감원)
금감원은 한계기업이 증가한 데다 복합위기에 따른 중소기업 경영악화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 기업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잠재 부실 기업’으로 평가된다. 실제 한계기업은 지난해 3572개로 전년(3465)보다 107개 늘어났다. 상장사 영업이익 역시 지난 3분기(누적) 기준 6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어든 데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중소기업의 경우 2분기 5.8%로 전년 동기 대비 0.6%p 떨어졌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중소 제조 상장사가 이자 비용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흑자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674개 중소 제조 상장사의 분기별 부채 상황을 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은 1조3980억원으로 젼년 동기 대비 3.9% 늘었지만, 이자 비용은 570억원에서 6100억원으로 20.3% 급증했다.

(자료=한국은행)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단위=%
이는 금리와 물가,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연 5.27%로 9월(4.66%)보다 0.61%포인트 상승했다. 금리 수준은 2012년 9월(5.30%)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고치인 데다 상승폭(0.61%p)도 지난 1998년 1월(2.46%p)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부실징후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업이 20개(10.8%)로 가장 많고, 금속가공 16개(8.6%) 및 부동산 15개(8.1%), 도매·상품중개(13개사, 7.0%)순이었다. 전년에 견줘보면, 내수산업인 부동산업(+12개), 식료품제조업(+8개), 도매·중개업(+6개)은 구조조정 대상이 많이 증가한 반면 실적 호조를 보인 자동차업(△7개), 금속가공(△5개)은 줄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동산 기업은 3개에서 15개로 5배로 가장 빠르게 불어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기업은 부동산 임대업(법인)과 시행사 등”이라며 “건설업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기타 업종으로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금감원)
충당금 1367억 더 쌓아야…건전성은 괜찮아

다만 늘어난 구조조정 기업 증가에도 국내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2022년 9월말)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징후기업 선정에 따른 은행권의 충당금(부실 대비 방파제) 추가 적립액은 1367억원으로 추정돼 자본규제(BIS)비율 변화폭은 0.01%p 하락으로 미미할 전망이다. 6월말 기준 국내은행 BIS 비율은 15.29%로 양호하다.

금감원은 워크아웃 신청기업(C등급)에 대해서는 기업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채권단 금융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기업(B등급)에 대해서는 신속금융지원, 프리워크아웃 등 채권은행 자체 경영개선를 통해 금리할인과 만기연장 등에 나설 계획이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을 제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 시한이 2023년에 도래하기 때문에 재입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 신규 자금 투입과 출자전환(부채의 자본 전환)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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