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오는데" 카드사용 뚝···"급전 필요" 보험환급액은 76% 급증

김현진 기자 2022. 12. 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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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체감경기 비상]
10월 카드승인액 93.9조
전월보다 1.4조 줄어들어
리볼빙은 7.2조 사상 최대
보험환급금 24조···11조↑
카드사는 소비자혜택 축소
저축은행도 비상경영 돌입
[서울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살아나던 소비심리가 내년 경기 침체 우려에 움츠러들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신용카드 승인액이 줄고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보험 해지도 부쩍 늘었다. 개인뿐 아니라 금융사들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주던 각종 혜택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으며 저축은행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1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기준 신용카드·체크카드·선불카드를 모두 더한 전체 카드 승인액은 93조 9000억 원으로 9월(95조 3000억 원)보다 1조 4000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와 비교하면 증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올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추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10월 평균 카드 승인액(카드 결제 건당 평균 승인 금액)도 4만 1434원으로 9월(4만 3354원)보다 4.4% 감소했다. 한 사람이 한 번 카드를 긁을 때의 평균 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과 고금리 기조에 소비가 주춤하고 있다”며 “11월 카드 승인액을 봐야 추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감당하지 못해 리볼빙되는 금액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 2104억 원으로 전달(7조 756억 원)보다 1.91%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이용 대금 일부를 다음 달로 넘겨 결제하는 서비스다. 리볼빙 잔액 증가는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용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고금리·고물가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액 신용대출은 3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단기간 빌리는 대출로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서민들이 주로 찾는다. 올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총잔액은 9411억 9400만 원으로 2017년 9월 말(9539억 5200만 원)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 해약 또한 늘었다. 이날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 환급금은 24조 3309억 원을 기록해 6월 말의 13조 8115억 원과 비교하면 약 76% 증가했다. 보험을 해약했을 때는 중도 해약 약관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해약이 늘었다는 것은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민들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금융사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당장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2금융권부터다. 카드사들의 경우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소비자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A 카드사는 최근 일정 금액 이상 무이자 할부금을 보유한 회원들을 상대로 즉시 결제(선결제) 이벤트를 한다고 안내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이자 할부 이용 건을 올해 말까지 선결제로 완납하면 총결제액에 따라 1000원(10만 원 이상 50만 원 미만)에서 10만 원(500만 원 이상)까지 캐시백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이 급증해 카드사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발행금리는 올해 초 2%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 중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저축은행들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내년에는 올해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내년도 실적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 수준 혹은 그 이하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이미 올해 4분기부터 실적이 많이 꺾일 예정이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상승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물가 역시 상승 폭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융시장 내부에서는 내년 경기 경착륙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지금처럼 일이 터지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정부와 가계·금융권 모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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