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 경찰 환호한다는 인사개편안 이면엔 '경찰대 흔들기'
기본급 상향·복수직급제 당근책으로 조직내 우호여론 조성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행정안전부가 19일 발표한 경찰 인사 개편안의 배경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승진에 필요한 최저 근무연수 단축과 기본급 상향, 복수직급제 등은 모두 경찰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정부가 당근을 한꺼번에 던져 줄곧 불편했던 경찰과 관계 회복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그러나 입직경로 간 승진 경쟁과 알력이 치열한 내부 사정을 감안하고 개편안을 들여다보면 '선의'로 볼 수만은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체 경찰관의 96%를 차지하는 순경 출신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뒤 경찰 지휘부를 사실상 독점한 경찰대 출신 엘리트 집단의 지분을 점차 줄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승진 근무연수 대폭 단축…'경찰대 카르텔' 해체 의도
승진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조직인 만큼 우선 승진소요 근무연수 단축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현행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 따르면 말단직인 순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16년을 근무해야 한다. 개편안은 이 기간을 11년으로 5년 줄였다.
당초 총경에서 경무관을 다는 데 필요한 기간만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방안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경사→경위→경감→경정→총경까지 단계별로 1년씩 모두 4년이 더 단축됐다.
이는 순경 출신 경찰관들을 가능한 빨리, 많이 지휘부로 끌어올려 경찰대 출신 위주로 구성된 지휘부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경 이상 계급이 올라갈수록 경찰대 출신들이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며 정부 경찰행정에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보고 '경찰대 힘 빼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경무관 승진자는 경찰대 출신이 68.8%, 간부후보와 고시 출신은 각각 21.4%, 6.3%였다. 전체 경찰 구성원의 96%를 차지하는 순경 출신은 3.6%에 불과하다.
경무관 바로 아래 직급인 총경의 경우 순경 출신이 20% 정도다. 순경으로 출발해 가까스로 총경으로 승진하더라도 경무관을 달기 전 이미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급 올려 밑바닥 지지여론 확보
교정·보호·출입국 등 공공안전직군(공안직) 수준의 대우를 명분으로 한 기본급 인상은 정부가 경찰조직 내부에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노골적 당근책으로 읽힌다.
경찰공무원은 소방·해경과 함께 공안직군으로 분류되다가 1970년대부터 별도의 보수 규정을 적용받았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공안직보다 보수가 낮아졌다. 이 때문에 1990년 후반부터 공안직 수준으로 기본급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개편안에 따른 기본급 인상에는 연간 약 1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안직 9급보다 높은 순경의 기본급은 그대로 유지되고, 경장과 경사는 각각 공안 8급과 7급에 맞춰 상향될 예정이다.
공안 6급에 해당하는 경위와 경감은 기본급이 2.32% 오른다. 경정도 공안 5급의 기본급 받는다.
시간외·야근수당 등 기본급과 연동되는 각종 수당과 퇴직 후 연금도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개선안 발표 후 경찰 내부 게시판인 '폴넷'에는 "모두가 바라던 공안직 수준 보수 인상이 이뤄졌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더 자랑스럽게 나아졌다"는 등의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복수직급제로 인사적체 해소
복수직급제 도입 역시 승진 자리를 늘려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대부분 경찰관이 반기는 분위기다.
하나의 직위를 복수의 직급이 맡을 수 있게 하는 복수직급제는 1994년 중앙행정기관에 도입됐다. 경찰에는 무려 29년 만에 적용된다.
아직까지는 경정만 맡던 자리에 총경도 배치하는 정도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앞으로 경무관을 비롯한 모든 직급으로 확대돼 승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당장 다음달 인사가 예정된 총경 자리가 58개 늘어난다. 지금까지 총경 승진자는 한 해 80∼100명 정도였다.
정부는 복수직급제 시행으로 경찰의 현장대응 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도 경찰청 상황팀장을 현재 경정 대신 총경이 맡으면서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재난에 책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과 시·도경찰청 계장급 직책도 총경이 맡아 정책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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