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철수?..상사업계, ESG에 발목잡힐라 ‘좌불안석’

김은경 2022. 12.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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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빈 의원, ‘해외자원개발 사업법 개정안’ 발의
전 세계 ‘인권실사 의무화’ 법 제정 흐름에 발맞춰
논란됐던 종합상사 ‘팜유·미얀마 가스 사업’ 언급
업계, 환경·인권 책임 강화하는 취지 공감하지만
“사업 중단·철수 내용은 과도하고 비현실적” 우려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분쟁·고위험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환경·인권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는 종합상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 제정 흐름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이나 철수, 원리금 회수와 같은 내용이 담긴 고강도 제재안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분쟁 및 고위험 지역’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해외자원개발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협의한 ‘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하려면 인권과 환경에 관한 실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실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벌칙이 부과된다.

환경과 인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현행법에 인권과 환경에 관한 기업의 실사 의무를 규정하자는 것이 법안 취지다.

실제 최근 들어 세계 주요국에서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를 강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안’을 내놨다. EU 내 특정한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에 연결된 납품·협력업체가 인권과 환경 등을 침해했는지를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 후 공시하게 하는 내용이다.

독일도 기업이 원자재 도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생산과정에 걸쳐 인권 침해 여부를 실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제재금을 부과하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 북서부 해상 A-3 광구, 머스크(Maersk)사 바이킹 시추선에서 마하 유망구조 가스산출시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 팜유·미얀마 가스전 사례 언급

국내에서 발의된 법안 역시 ESG 경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현지인 인권침해와 환경오염 논란, 1990년대부터 추진 중인 미얀마의 가스전 사업에서 제기된 원주민 권리 침해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 의원 측은 “미얀마에서 2021년 쿠데타가 일어나 군부가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군부나 군부가 통제하는 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해당 사업의 수익금이 군부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조치가 없어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미얀마 사업에서 언급한 기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로, 회사는 “국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팜유 사업의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비롯해 LX인터내셔널(001120)과 삼성물산(028260) 등이 현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 대해 “당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초창기부터 국제법과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해왔고 ESG 측면에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국제 인증, 환경영향평가, 지역사회공헌활동 등을 병행해 왔다”며 “법안 관련 진행상황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실사가 아닌 ‘철수’와 관련된 내용이다. 해당 법안에는 산업부 장관이 필요 시 분쟁·고위험지역 사업자에게 해당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명령을 따라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원리금을 회수하고 벌칙도 부과받는다. 철수 시 정부가 발생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업계는 개발단계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게 되면 그 손실 규모를 파악할 수도 없을뿐더러 정부가 이를 보상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입법 취지는 살리되,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하는 내용은 현실에 맞게 재반영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내용은 이미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사업까지 소급적용되면서 헌법상 위법 소지가 있어 현실적으로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입법으로 산업계 불안을 키우기보다는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법안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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