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귀 닫은' 文정부 집값 폭등 방치 … 쓴소리 보고서는 덮었다
주택 공급량·증여비율 등
연구팀 6개월간 공들여 조사
"세금으로 부동산 통제 땐
불안 키우고 가격만 폭등"
정책방향과 다른 대안 내놓자
당시 대통령 정책위서 '묵살'
"조세·금융 정책으로 주택 가격을 단기적으로 통제하려 시도하는 경우 주택 수요에 대한 예기치 못한 변동을 가져와 주택시장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가격을 오히려 급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9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부동산 안정화 정책 실효성 제고 이론 및 실증분석' 보고서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말기인 지난해 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용역을 발주해 만들어졌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5명의 연구진이 6개월 이상 공을 들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정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부동산과 관련해 정부가 위기 의식을 느끼며 용역을 발주해 연구가 시작됐다"며 "정권 말기임에도 보고서에서 제안한 것이 정책에 반영됐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이 주택 공급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수도권의 가구 수 순증가는 2011년 13만가구에서 2019년 23만8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반면 주택 재고 대비 멸실주택도 2017년부터 크게 늘어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3년 이후 수도권에서 지속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2017년에 공급 부족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경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총 20만가구의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신규 주택 공급 정책은 즉시 효과가 나기 어렵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완화해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을 시장에 공급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보유세를 높이는 것은 주택 보유 비용을 증가시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양도소득세 동결은 거래 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높은 양도소득세는 일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엔 임대차 3법의 부작용도 담겼다. 연구진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1년이 경과했지만, 전세가 급등과 3중가격체계 형성 등 시장 왜곡으로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며 "민간 저소득층의 주거비 상승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가주택에 대한 저리의 전세대출은 고소득층의 주거비는 경감하면서 전세금의 추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저소득 가구에 한정해 저리 전세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가구 1주택'이라는 정책 목표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임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1가구 1주택'은 모든 연령에서 실현될 수 있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임차-보유-확장-부채상환-정착'이란 '주택 사다리'를 생애 주기 동안 안정적으로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연구 용역은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염두에 두고 진행됐다고 한다. 집값 상승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자리 잡으며 문제 해결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조대엽 전 정책기획위 위원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당시 결과물을 대통령에게도 보고하려고 했지만 여러 사안이 겹치며 보고 일정을 잡지 못했고, 결국 기획위 내부 문건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총괄한 정 교수는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당시에 내부적으로 여러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보고서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외부에 결과를 발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구용역 결과가 정책에 일찍 반영됐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이 더 조속히 이뤄졌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초강력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해 시장의 부작용을 키웠다"며 "규제로 인해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싼 가격에 집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결과적으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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