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 10년만에 2배…"질환 인지도·제도 개선 시급"
지난 2012년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약 6만명이었으나, 2022년 현재는 약 12만명으로 약 2배 급증했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40·50대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인 치매 대비 9배 높아, 환자의 생산성 저하에 따른 가계 경제적 부담에 더해 가족이 짊어져야 할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이하 KMDS)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파킨슨 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주최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서울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호텔'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는 파킨슨병 전문가와 국가정책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파킨슨 질환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았다.
'1부 우리의 첫 발자국'의 첫 강의를 맡은 KMDS 홍보이사 이웅우 교수(을지의대)는 파킨슨병과 파킨슨증(파킨슨증후군)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며, 현재 국내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는 파킨슨 질환 분류체계가 실제 진료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과 파킨슨플러스(비전형파킨슨증)를 포괄하는 파킨슨증과 파킨슨병이 같은 진단코드를 사용하고 있고, 유병률이 낮아 희귀질환으로 생각되는 파킨슨플러스 중에서 다계통위축증과 피질기저핵변성은 희귀질환 산정특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ICD-11 분류체계가 국내도입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이 ICD-11의 분류코드는 현재 진료코드에 부합하도록 개선된 것으로 보여 조만간 개선될 여지를 남긴 것은 다행으로 평가했다.
좌장을 맡은 KMDS 부회장 이필휴 교수(연세의대)는 희귀질환 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기다리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임상시험과정을 더 신속히 진행할 수 있는데, 다계통위축증의 경우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2부 의료현장-진료실'은 파킨슨병 전문의사가 진료실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KMDS 보험이사 이지은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는 파킨슨병의 진행에 따른 운동합병증과 약물치료를 정리하면서 현행파킨슨병 치료의 제도적 한계에 대해 고찰했다. 특히 해외 승인 약제의 진입 장벽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KMDS 정책이사 박정호 교수(순천향의대)는 파킨슨병 환자 진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파킨슨병은 환자와 보호자의 교육이 매우 중요한 질환임에도 진료실에서는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충분히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운동합병증에 대한 약물 조절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어 운동/비운동증상으로 고생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을 충분히 도울 수 있는 새롭고 다면적인 진료시스템의 도입을 주문했다.
세번째 강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 김성숙 팀장이 파킨슨병 보험급여체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김성숙 팀장은 "요양급여대상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건강보험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파킨슨병은 임상지침과 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2018년 총 6개의 작용기전별 약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약제들이 더 많이 합리적인 기준 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3부 의료현장-환자 그리고 보호자 그리고 사회'에서는 파킨슨 질환의 치료가 병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첫 번째 강의를 맡은 KMDS 장애평가특임이사 권겸일 교수(순천향의대)는 현행 파킨슨 질환 장애진단제도를 소개하며, "파킨슨병은 일반 뇌CT나 뇌MRI에서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병변이 눈에 보이는 질환에 비해 객관적인 판단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환자의 증상 중증도에 비해 다소 가볍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는 부분에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KDMS 총무이사 권도영 교수(고려의대)는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 강의했다. 권 교수는 "시기에 따라 진행하는 병이니 만큼 시기별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며,다양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것이 운동, 재활, 돌봄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네덜란드의 'Parkinson Net' 성공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도 이와 같은 성공적인 모델이 정착되기를 함께 희망했다.
3부의 마지막 강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서비스팀 김우선 팀장이 맡았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차원은 다양한 정책 연구들을 소개했는데, 특히 시대적 흐름에 맞게 다양한 센서를 이용한 인공지능 비대면 돌봄사업에 대한 소개가 흥미를 끌었다.
모든 강의가 끝나고 진행된 자유토론 시간에는 다양한 의견 교류가 있었다. 첫 세션의 좌장으로 수고했던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 고영호 과정은 '스마트'와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하며 파킨슨 질환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어려 참석자들은 파킨슨병의 주증상인 운동증상의 모니터링, 특히 낙상감지에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스마트 강국의 잠재력을 의학기술에 빠르게 접목시킬 수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번째 세션의 좌장이었던 KMDS 부회장 백종삼 교수(인제의대)는 "그동안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제도를 담당하는 부처 담당자가 함께하는 간담회가 많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간담회가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지막 세션을 담당했던 고성범 교수는 "먼저 진행, 좌장, 강연자,패널로 수고한 모든 분들과 간담회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환자와 가족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고령화시대 돌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KMDS는 이를 위해 항상 소통하고 최선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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