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상인들도 "마트 휴일휴업 도움안돼"

홍성용 기자(hsygd@mk.co.kr), 우성덕 기자(wsd@mk.co.kr) 2022. 12.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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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형마트 평일 쉰다
휴일 휴업은 소비자 불편만 초래
평일 쉬면 주변점포 매출 11%↑
전국 마트 25%는 이미 평일 휴무
다른 광역시도 전환 늘어날 듯

대구광역시가 내년부터 광역시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와 다른 광역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데 합류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도입된 이후 현행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의무휴업일을 정하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의무휴업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둘째주·넷째주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대형마트가 쉬도록 한 결정은 2012년 서울시 각 자치구를 중심으로 조례로 규정한 뒤, 6대 광역시도 이를 따라 같은 날을 쉬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전국 마트 403개 중 100개점은 둘째주와 넷째주 일요일이 아닌 날로 휴업일을 정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158개점 중 45개점이 일요일이 아닌 날에 쉰다. 경기도에 위치한 과천점, 안양점, 평촌점, 하남점 등은 한 달에 두 번 수요일에 쉰다. 안산점은 매달 10일과 네 번째 일요일에 쉰다.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점, 서귀포점, 신제주점 등 3곳은 두 번째 금요일과 네 번째 토요일에 쉰다.

홈플러스도 전체 133개점 중 30개점이, 롯데마트는 112개점 중 25개점이 일요일이 아닌 날에 쉰다. 일례로 롯데마트 경기 덕소점, 고양점, 마석점 등은 수요일을 휴무일로 정했는데 이는 주변 지역의 상추 재배 농가 등 산지 농민의 매출 증대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설명이다. 대형 백화점 등 도민의 쇼핑 공간이 부족한 제주 지역에서도 일요일에 마트 문을 열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마다 전통시장 유무에 따라 휴일이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각 지자체와 상인단체,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지역 실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쉬는 날을 임의로 정해왔다"며 "전통시장 등 상인단체의 결단이 일요일 휴무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구시가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대구 지역 상인단체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상인연합회 등은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이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소비자 불편만 가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구상인연합회 등은 지역 소비 위축과 온라인 쇼핑 확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 입장도 고려해 평일 의무휴업을 받아들이고 대형마트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김영오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대구상인회 회장)은 "그동안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전통시장 상인들도 일요일에 쉬는 분이 많아 이 제도 자체가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대구시의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경우 매출은 1.5~1.7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 한 대형마트는 평일 기준 매출이 3억원 수준인데, 주말에는 일평균 7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의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수요일로 의무휴업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주변 점포 매출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3㎞ 이내 점포 매출액은 평균 20%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휴업일이 수요일인 경기 남양주 한 대형마트에 입점한 개인 가맹 프랜차이즈 소상공인은 일요일에 쉬는 대형마트 입점 점포에 비해 매장 면적이 작았음에도 매출과 고용 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주·넷째주 수요일에 쉬고 있는 A대형마트에 입점한 한 프랜차이즈 카페(매장 면적 5평)는 B대형마트에 입점된 동일 프랜차이즈 카페(매장 면적 7평)보다 30%가량 작은 면적에도 올해 1~11월 누계 매출이 42%가량 높았다.

[홍성용·대구/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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