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암흑기, 결국 기업이 돌파구…지금 투자해야 회복때 결실
내년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에 자유와 활력을 줘서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 침체기에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경기 호황기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늘리고 고용·임금 구조가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9일 매일경제신문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주최한 '경제위기 극복 대토론회'에 참석해 "내년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와 수출(수주) 지원 정책이 필수"라고 밝혔다. 장 차관은 "시설투자의 80%를 대기업이 책임지고 있고, 대기업이 투자해야 중소기업이 이어서 투자를 한다"며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대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국가전략기술에 한해 6%에서 8%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 차관은 이어 "올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약 30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중 과반이 반도체 관련 기업"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니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있는 외국 기업들이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액공제 등 지원을 기업 크기별로 차이를 두는 게 합리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새 정부 들어 전 부처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게 규제 완화"라고 했다.
특히 그는 "불황 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호황일 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성공 방정식"이라며 "과감한 투자 유인은 일자리 유지와 미래 시장 선점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올 들어 대중(對中) 무역적자를 이어가는 등 중국과의 교역 환경이 달라진 점을 언급하면서 "R&D를 비롯한 투자가 많아져야 국내 기업들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높아져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수출은 둔화될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하락을 고려해 내년 반도체 수출은 1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은 전 세계적 수요 정체로 10%,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으로 13%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자동차·조선·배터리는 수출 호조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산업부는 내년 무역보험 규모를 230조원에서 260조원으로 늘리는 등 수출금융을 확대하고, 수출지원 예산의 60%(약 8100억원) 이상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또 외투·유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반도체 국가산단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 지정, 산업별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대책도 내놨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기업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 대중 무역흑자가 클 때는 한국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패키징(조립)한 뒤 제3국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대중 무역적자로 전환한 대신 (당시 중국과 같은 역할을 했던) 아세안 국가에 대한 무역흑자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고는 "다만 아세안 국가에 대한 무역흑자 폭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에는 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 투자가 해법"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노동시장이 기업들의 투자와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규제 완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과거 정부 주도 개발 정책 시대에 대한 향수"라며 "1960~1970년대에는 정부가 모든 경제 행위에 개입하는 게 정당화됐고, 실제로도 고도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언급한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시장 개혁"이라며 "예컨대 고용·임금 체계의 경우 개인의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결정돼 있을 정도로 상당히 경직돼 있다"고 꼬집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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