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결국 '당심 100%' 당대표 뽑기로 … 安 "골목대장 뽑나" 반발

與비대위, 당헌 개정 의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 룰(규정)을 현재 '당원투표 70% 대 일반 여론조사 30%'에서 '당원투표 100%'로 바꾸기로 전격 결정했다. 또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치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도이지만 뜻대로 효과를 나타낼지, 차후 총선에서 도움이 될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19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당헌 개정안의 핵심은 100%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비대위원 모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헌 개정을 두고 정 위원장은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 것이다.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당대표를 뽑는 건 당연하다"며 "당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 원칙을 부정하거나 폄훼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며 "투표는 자발적·적극적 행위다. 여론조사는 조사자 질문에 대답하는 소극적 태도"라고 덧붙였다.

또 "당원 80만명의 지역별 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해졌다. 국민의힘은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 정당이 된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와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하고 집권 여당의 단결과 전진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유권자의 자격이 아니다. 오히려 후보의 자격, 대표의 자격을 고민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후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당대회 룰 개정에 따른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일대오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결선투표제에 대해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으면 1위와 2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며 "당원들의 총의를 거듭 확인해 당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또 전국단위 선거의 각종 당내 경선 시 여론조사를 할 때 다른 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100%라 해당사항이 없지만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5대5'인 대통령 후보 경선 등에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20일 상임전국위원회, 23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등 세 차례 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이번주 안에 전당대회 룰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정진석 비대위'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내년 3월 초 전당대회 개최를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내년 1월 초 후보 등록을 받는 등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전당대회 일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전당대회 룰 변경이 지도부가 의도한 친윤 지도부 구성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12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층만 대상으로 한 당대표 적합도 설문에서 안철수 의원이 13%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11%), 유승민 전 의원(10%)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14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20.0%다. 당원투표 100%로 했을 때도 현재 친윤그룹과 연대설이 도는 김기현 의원이나 윤핵관 권성동 의원 등은 상위권에 들지 못한 것이다.

특히 1위를 차지한 안 의원은 '당원투표 100%'로 선출하는 방안과 관련해 "골목대장을 뽑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반대 의견을 재확인했다. 이날 안 의원은 수원시병 당협간담회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염려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력한 당권주자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KBS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축구 하다가 골대를 옮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골대를 옮겼다"며 "유승민 한 사람 잡으려고 대통령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의 폭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제윤 기자 /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