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서 안사요"… 온라인서 담배사는 청소년

담배, 온라인 판매금지 불구
중고거래앱서 불법판매 성행
전자담배 기기 등 은어 쓰며
미성년 대상으로 택배 거래
성인확인도 안돼 '사각지대'
전문가 "처벌규정 만들어야"

지난 15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시된 전자담배 판매글. 니코틴 액상 판매글(왼쪽)과 판매자가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전담(전자담배)을 구매하려 했습니다. 판매자분이 제가 미성년자인 걸 알았고 (제가) '문제 생길 것 같으면 거래를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냥 하자고 했습니다."

온라인에 올라온 미성년자 A씨의 담배 구매 시도 후기다. 결과적으로 A씨는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아 담배를 구매하지 않았지만 미성년자가 온라인을 통해 쉽게 담배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9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앱에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불법행위가 성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담배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품목이다. 올여름 가수 박재범이 판매하는 '원소주'가 온라인 중고거래 논란에 휩싸인 이후 주류 중고거래 게시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반면, 담배 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번개장터'는 온라인 판매 금지 품목으로 담배를 명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전담'은 차단된 검색어지만, '액담(액상담배)'은 검색되는 등 온라인 거래 관리에 허술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전자담배 기기 브랜드를 검색해도 해당 제품이 쏟아져 나와 미성년자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예를 들어 '릴 하이'·'아ㅇ1코스'로 검색하면 게시글이 나오는 식이다. 담배 기기와 함께 니코틴 액상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흡연할 수 있다. 최대 규모 중고거래 사이트 중 하나인 '중고나라'도 마찬가지였다. '판매 완료'라고 표시된 게시물은 담배 풀박스를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충전기와 기기, 담배를 한데 묶어 파는 것이 소위 말하는 '풀박'이었다. 해당 게시글은 담배 브랜드명 중간에 X 표시를 해놔 전체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기자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이들에게 "택배 거래 가능한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미성년자인지 확인도 없이 바로 "가능하다"고 답한 이들이 다수였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에 게재된 '흡연 청소년은 담배 판매 금지를 어떻게 뚫는가'라는 논문에 따르면 실험에 참가한 흡연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온라인을 통해 담배를 구매했다. 특히 전자담배 기기는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해 성인인증이 이뤄지지 않는 한 청소년도 암암리에 구매가 가능한 실정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니코틴 용액 등 담배 성분을 흡입할 수 있는 전자장치와 배터리, 무화기, 카트리지 등 부속품 등 전자담배 기기 장치류는 물건의 형태·제품명에 상관없이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담배) 기기 같은 경우 성인 간 거래는 가능한데 플랫폼에서 성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온라인 거래의 애매한 부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중고거래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원 모니터링 대상에서는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배희정 변호사는 "현재 계류 중인 담배사업법 등에서 합성 니코틴 등을 포함해야 한다"며 "인터넷에서 청소년이 구입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인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안 기자 / 한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