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청구서' 1조달러 … 가스대란 4년 더"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2. 12.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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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피해규모 전망
러産 가스 물량 크게 줄고
내년 중국 수요 급증 예상
"獨 올 에너지비용 2배로"
유럽 재정지원 한계 임박
경기침체 땐 감당 어려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를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니더작센주 빌헬름스하펜에서 열린 유니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곳은 독일의 첫 LNG 터미널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AFP연합뉴스】

"유럽 에너지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급등에 따른 유럽 지역의 피해가 1조달러에 이른다고 블룸버그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발 공급 불안 속에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202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에너지 청구서 1조달러는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글로벌 가스 가격 불안이 2026년까지 이어지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되고, 정부도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이 상당한 천연가스를 확보해 올겨울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문제는 내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러시아산 천연가스 물량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수리를 목적으로 노르트스트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는 등 에너지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의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생산은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U가 이미 가스 수요를 500억㎥가량 억제했지만,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완전히 잠가버리고 중국의 LNG 수입이 2021년 수준으로 늘어날 경우 내년엔 수요를 270억㎥ 더 억제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가스 수입을 늘리면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코로나19 봉쇄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서 가스 수요를 줄였다. 그 감소량이 전 세계 공급의 5%에 이르렀다. 하지만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에너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봉쇄를 풀기 시작한 중국이 내년에는 LNG 수입량을 올해보다 7% 늘릴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도 전략적 비축과 정부 보조금 지급을 고려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은 재정 여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1월 말까지 7000억유로를 지원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7.4% 규모인 2642억유로를 지원해 정부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영국(970억유로·GDP의 3.5%), 이탈리아(907억유로·5.1%), 프랑스(692억유로·2.8%), 네덜란드(439억유로·5.1%), 스페인(385억유로·3.2%) 순이었다.

이러한 지원으로 EU 회원국 절반가량이 정부 부채가 GDP의 60%를 초과하면 안된다는 재정준칙 기준을 벗어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12월 보고서에서 유럽 각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분을 재정 지원 등으로 완전히 충당할 경우 그 비용이 1조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EU 연간 GDP의 약 6% 규모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MWh당 345유로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올해 평균 135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 러시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가격이 다시 210유로로 올라가면 가스 수입 비용이 GDP의 5%에 이를 수 있다"며 "경기 침체가 한층 심해질 수 있어 정부의 지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소재 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은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타격을 흡수하도록 도울 수 있었지만, 비상사태는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정부도 이 같은 지원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컨설팅 회사 S-RM의 마틴 데브니시 이사는 블룸버그에 "(정부가 지원한) 구제금융과 보조금 등을 모두 합하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될 것"이라며 "내년엔 정부가 위기 관리에 나서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독일 가정용 에너지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 높은 에너지 비용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쟁력 상실을 뜻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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