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LB 불완전판매 유의하라"
발행사 신용도·지급여력 등
상품 판매때 충분히 설명해야
올 4분기 자금난에 시달려온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파생결합사채를 경쟁적으로 내놓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파생결합사채가 사실상 발행하는 증권사 신용에 의지한 회사채임에도 투자자들에게는 기초자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6~8%대 고금리 파생결합사채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불완전판매' 발생 우려에 공감한 금감원이 증권사에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고 강하게 당부한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5일 증권사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관련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며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주 파생결합사채에 투자하면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파생결합사채 투자 시 유의사항 안내'를 발표한 바 있다.
ELB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정해진 조건에 따라 수익이 확정된다. 원리금이 보장되지만 만약 판매사가 파산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DLB는 ELB와 대체로 동일하지만 이자율·원자재·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B와 DLB는 상품 구조 때문에 기초자산의 안정성과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지급 여부는 회사 신용도로 결정된다"며 "공문은 '상품을 판매할 때 회사 신용도나 유동성, 지급 여력 등을 투자자들에게 잘 설명하고 판매하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생결합사채의 원리금 상환 여부는 발행사 지급 여력에 따라 정해지며 기초자산은 더 높은 금리를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리금 보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파생결합사채는 최근 발행어음을 찍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주요 자금조달처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 발행인 ELB가 대부분이지만 사모 발행인 ELB도 있다"며 "과거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고 발행해도 되는 것처럼 약간의 눈속임을 통한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ELB가 경쟁적으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을 조심하라는 당부가 공문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해당 상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자금시장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0~11월 파생결합사채 발행액은 8조2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790억원)에 비해 449%나 급증했다. ELB 발행이 과열되다 보니 '코스피200 수익률 100%' '삼성전자 주가 1000만원' 등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상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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