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윤 대통령이 입양을 하면
전임 대통령의 반려견 달력 제작 프로젝트에 많은 돈이 모금되어 화제다. 지도층 인사의 애견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려견 사랑은 독특하다. 개를 거의 가족으로 생각하여 개한테 "내 새끼", 자신을 개의 "엄마, 아빠"라 칭한다. 그러나 전·현직 대통령이 어린 손자, 손녀 아닌 반려견과 지내는 사진이 부각되는 것은 초저출산 국가인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바람직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고아 수출국이란 불명예를 가진 국가이고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해외에 입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 외국에 비해 입양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해외로 입양을 보낸다. 입양 문화를 바꾸는 일은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를 넘어 국가 소멸의 길을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구문제 해결의 중요한 사안이다. 통계에 정확히 잡히지 않지만 임신 중절로 1년에 사라지는 생명이 100만명이 넘는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이 중 일부라도 임신 중절 없이 신생아가 태어나면 당사자인 부모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의 핵심은 미혼모 비혼 출산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우리사회가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와 입양 문화의 활성화에 달려 있다. OECD 국가는 비혼 출산율 평균이 42%이고 프랑스는 무려 62%에 달하며 입양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는 2.2%로 OECD 회원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금 대한민국 인구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방은 소멸 징후가 뚜렷하고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 파업을 하고 있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청년들의 이런 행동은 주택난, 취업난, 육아, 교육 등에서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구문제 해결과 개선에 현재 많은 부처가 관여하고 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초저출산 위험선인 합계출산율 1.3명이 붕괴되었고 올해는 0.8명도 지키지 못한 채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방법으로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인구문제의 실상을 심도 있게 파악하고, 직접 나서서 저출산과 이민 문제를 다룰 힘 있는 전담부처를 만들어 챙겨야 한다. 대한민국의 소멸과 붕괴가 예상되는 인구문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되며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기업에도 먼 훗날의 문제가 아니라 당면한 자신의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에게 골든타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자녀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만일 입양을 하게 되면 상징성이 큰 사건이 되고 입양 활성화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입양, 미혼모와 비혼 출산 문제가 제도권에서 논의되고 우리 사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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