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10만 사이버 인재 양성과 '허승환'군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2. 12.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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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는 매년 한글과컴퓨터그룹과 손잡고 '코드게이트'라는 해킹방어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는 2008년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보안 인재 양성을 기치로 설립해 미국의 '데프콘'과 함께 세계적 대회로 성장했다. 지난 11월 결선 대회를 취재하며 기자의 머릿속에는 '허승환'이라는 한 고교생 이름이 맴돌았다. 한국디지털미디어고 3학년생인 허군은 일찌감치 예선전에서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실력 차로 물리치고 결선에 올랐다. 한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역대 이렇게 현저한 실력 차를 보여준 주니어부 실력자가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장장 12시간에 걸쳐 주최 측이 제시한 문제를 푸는 결선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는 기량으로 1위에 올랐다.

놀라운 점은 성인부를 능가하는 실력자인 그에게 최고의 보안 교재는 다름 아닌 구글 사이트였다는 것.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래 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허군과 같은 중고교생들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보안 관련 교재가 한국의 제도권 교육 내에는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허군은 진화하는 해킹 수법과 코드를 이해하기 위해 열심히 구글을 검색했고 학교 내 보안 동아리 모임에서 친구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렇듯 제도권 교육의 부족함에 좌절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의 노력으로 당당히 1위라는 결과를 이뤄낸 것이었다. 수상 소감에서 코앞에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걱정하던 허군이 최근 매일경제에 뜻밖의 결과를 전해왔다. 과학 인재의 요람인 KAIST에 특기자전형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다. KAIST를 비롯해 국내 일부 대학이 해킹방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극소수 뽑고 있는데 그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이다.

그저 보안이 좋아서 고교 생활 3년을 올인했다는 허군은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이 보다 내실화한 교육으로 보안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을 포용하기를 소망한다. "1명의 제대로 된 정예 화이트해커는 500명, 1000명의 일반 해킹 전문가를 이길 수 있죠. 이런 최고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10만 사이버 보안 인재 양성을 내건 정부에 허군의 열정과 성공 스토리가 던지는 울림이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hummi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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