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명한 기업경영 요구해온 노조, 회계 공개 거부할 이유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노조의 회계와 재정 투명성을 과단성 있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는데 투명한 회계는 정부 요구가 없더라도 노조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깜깜이 회계'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가 기업에 투명한 회계를 습관처럼 요구한 명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노조 역시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옳다. 이를 거부한다면 내로남불식 위선이다.
민주노총은 정부 요구에 '노조 탄압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데 그렇게 볼 게 아니다. 미국과 영국 노조는 법에 따라 매년 자세한 회계 자료를 아예 정부에 제출한다. 특히 미국은 노조 간부는 물론이고 그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보유한 주식·채권, 기업으로부터 받은 금전적 이익까지 적어낸다. 미국은 5년, 영국은 6년간 자료를 보관해야 하며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노동조합법의 회계 감사 규정이 두루뭉술해 있으나 마나 할 정도다. "조합의 재원과 용도, 주요 기부자의 성명,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6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회계 보고서에 담아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조합원들이 회계 보고서를 보더라도 회비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포스코 양대 노조 중 하나인 포스코지회가 "수억 원씩 조합비를 내는데 민주노총이 조합비를 챙겨가기만 한다"면서 민주노총을 탈퇴하겠다고 한 것이다. 더욱이 회계 감사인 역시 노조 내부인이기 때문에 집행부와 한통속이 될 우려가 크다. 정부가 감사인의 독립성을 높이고 회계 보고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니 서두를 일이다.
민주노총은 연간 예산이 본부만 200억원, 산별노조까지 합치면 2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회원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사회적 책임이 대기업에 못지않다. 그렇다면 회계를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정도다.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니 노조에도 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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