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전세사기의 공범들
"나도 전세사기를 당할까 두렵다."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30대 청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자산이 부족한 2030 청년층은 아파트 대신 빌라 전세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다.
전세사기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시가 1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2억원에 전세로 내놓는다. 다세대빌라, 특히 신축은 거래가 많지 않아 시세 산정이 정확하지 않은 점을 노린 것이다. 3억원짜리 아파트 전세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은 정확한 시세를 모르니 덜컥 2억원에 빌라 전세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곧바로 '대역'으로 소유주 명의가 바뀌고 이어서 집주인의 체납, 가압류, 파산 통지서가 날아든다. 경매 절차로 넘어가면 세입자는 확정일자를 받아뒀어도 다른 채권자들과 경합해 간신히 1억원만 건진다. 1억원 피해에 더해 심한 경우 우울증까지 얻게 된다.
최근 '빌라왕'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전세사기에서 죄질이 가장 나쁜 것은 누구일까. 1000채씩 구입해 보증금을 떼먹은 빌라왕일까? 피해자들과 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죽은 빌라왕은 대역일 뿐이다. 막후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역할을 나눠 움직인 조직이 있었던 정황이 있다. 빌라 건축업자와 중개업자, 감정평가 브로커 등이다.
그런데 전세사기 조직만큼 죄질이 무거운 집단이 있다. 국회다. 조직은 잡히면 징역이라도 살지만 법의 허점을 방치한 국회는 처벌은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다. 전세사기 역사는 족히 50년은 됐을 것이다. 1970년대, 1980년대에도 소설과 드라마에 전세사기가 등장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81년. 지금까지 수차례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수천 명씩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사기 치기 좋은 법을 국회가 방치했기 때문이다. 2년 전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세입자 보호"를 외치며 임대차3법을 강행 처리했다. 하지만 세입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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