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국민 노후를 위한 큰 그림

2022. 12.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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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금융상품 'TDF'
여전히 불친절한 설명으로
자산배분 현황 알기 어려워
연금 개혁 두 번 안 하려면
이런 디테일도 놓치지 말것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가가 운용하는 공적연금의 개혁은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지급을 늦추는 방향이다. 물론 받아들이기 즐겁지 않은 변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더 받아들이기 싫은 한 가지가 남았는데, 거의 70세에 가까운 나이까지 지급을 늦추고, 소득의 20%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고 나서도 노후가 완전히 편안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은 노후를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을 활용해 준비한다. 한국 역시 퇴직연금 제도가 이제 연금 선진국의 퇴직연금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다. 또한 퇴직연금 제도의 활성화와 더불어 퇴직연금과 노후대책에 적합한 금융상품이 금융시장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다.

타깃데이트펀드는 기본적으로 주식, 채권 등에 나누어 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의 형태를 띤다. 이때 얼마나 어떤 자산에 투자할지는 글라이드 패스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글라이드 패스는 은퇴 시점까지 남은 시간에 따라 다른 자산배분을 하는 방식이다. 즉 은퇴 시점이 40년 남았을 때는 주식 70%, 채권 30%로 배분하다가 은퇴 시점이 점점 가까워오면 주식의 배분은 서서히 줄이고 채권의 배분은 서서히 늘리는 식이다. 매년 얼마만큼 줄이는가를 정해놓은 기준이 바로 글라이드 패스다.

이렇게 아주 간단히 타깃데이트펀드를 설명했지만 해당 원리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 타깃데이트펀드의 종류는 수만 가지가 될 수 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주식의 배분이 얼마만큼이고 채권의 배분이 얼마만큼인가다. 많은 주식의 배분은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위험성을 인지한다고 해서 타깃데이트펀드를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타깃데이트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다.

투자자들은 펀드에 대한 기본 정보를 펀드설명서 또는 운용보고서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타깃데이트펀드를 퇴직연금에서 가입하기 위해 펀드설명서나 운용보고서를 찾아본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주식 배분이 얼마나 되는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타깃데이트펀드는 자산배분 펀드인데, 이는 구조상 많은 펀드가 재간접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펀드 안에 구성되어 있는 내용이 개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나 ETF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펀드설명서와 운용보고서에는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아닌 집합투자증권의 배분율이 보인다. 그리고 이는 투자자들이 타깃데이트펀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자산배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다. 다행히 간혹 친절한 금융사들이 타깃데이트펀드의 자산배분을 웹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주고 있기는 하다.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를 책임질 퇴직연금, 그리고 그 안에서 고쳤으면 하는 아주 작은 하나의 예시를 들었다. 포인트는 국민의 노후를 위해 세세하게 실질적으로 챙겨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세세하게 여러 내용을 합쳤을 때 충돌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즉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았을 때는 그럴듯한데, 합쳐놓고 보니 말이 안 돼 다시 예외를 만들어내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그 어떤 개혁보다도 훨씬 어렵고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다. 웬만하면 다시는 그 어려운 일을 하지 않도록 퇴직연금을 포함한 모든 방면에서 국민의 노후를 설계하는 큰 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할 것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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