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파월 때문에..." 내년 수출 제자리, 불황형 흑자 오나?

세종=안재용 기자 2022. 12. 19.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내년 제자리 걸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주요국들의 금리인상으로 내년 글로벌 경기가 주춤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COVID-19) 리스크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아 한국 수출을 짓누를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엔 국제유가 등 수입 에너지 가격이 내리면서 경상수지 자체는 흑자를 유지하겠지만 수출 증가가 아닌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일 발표한 '2023년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50개 주요 수출기업들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0.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 추계상 올해는 수출이(1월1일~12월10일 기준) 지난해보다 6.8% 늘어났는데, 내년엔 사실상 제자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단 얘기다.

주요 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11월)'에서 내년 상품수출 증가률이 전년대비 0.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 3.4%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달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상품수출(물량 기준)이 올해보다 1%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전망치 4.2%보다 3.2%포인트 낮다. 심지어 산업연구원은 통관기준으로 내년 수출이 3.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겠지만 그 규모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가 280억달러(약 36조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망치(250억달러 흑자)보다는 많지만 2021년(883억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올해 0.8%포인트에서 내년 0.3%포인트로 축소될 전망이다. KDI는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60억달러로 올해 전망치(230억달러)보다 70억달러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유지되겠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한은은 내년 상품수입 증가율이 올해(5.8%)보다 5.4%포인트 낮은 0.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 감소는 올해 고공행진을 펼친 에너지 가격이 한풀 꺾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93달러로 올해 평균(배럴당 99달러)보다 6달러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내년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올해(배럴당 98달러)보다 배럴당 14달러 낮은 수치다.

내년 수출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0.7%포인트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이어 실시됐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이 내년 본격적으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부산=뉴스1) 김영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가운데 12일 오전 부산 남구 부산항 용당부두에 화물차량들이 운행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12.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IEP는 내년 미국 경제가 0.6% 성장하는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영향이다. 미 연준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가며 최고 5% 이상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유럽의 사정도 암울하다. 금리인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다. KIEP는 유럽 경제가 내년 제로성장(0%)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0.8%)과 영국(-0.2%), 이탈리아(-0.3%)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내년 4.8% 성장하는 데 머물 것으로 KIEP는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중국 정부가 백지 시위에 놀라 코로나19 관련 봉쇄조치 수준을 완화한 것은 경기에 호재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아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리스크다. 베트남(6.6%)과 인도네시아(4.9%), 말레이시아(4%), 필리핀(5.3%), 태국(4%)등 아세안(ASEAN) 5개국은 내년 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무역협회가 1일 발표한 '2022년 수출입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보다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코로나 리스크가 여전하고 글로벌 IT(정보통신) 수요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는 내년 D램 고정가격이 올해(3달러)보다 2.07달러 하락한 1.9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올해 크게 늘었던 석유제품 수출도 감소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내년 석유제품 수출액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년대비 1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도 9.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선박류 수출액은 지난 2020년 4분기 수주물량이 본격적으로 인도되며 전년대비 27.4% 증가할 전망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출 증가도 긍정적이다. 자동차 수출액은 수출단가가 높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돼 1.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부품 또한 0.4%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하이엔드(고급형) 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완만히 회복되며 2%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의 중대 변수로서 올해 한때 14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던 원/달러 환율은 내년 13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서 "내년에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 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며 "당면한 수출·투자 어려움은 과감한 인센티브와 규제 혁신을 통해 해소하고 위기 후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전략을 마련·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