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던 신차값 꺾여 …'카플레이션' 진정세
고금리에 신차 수요는 줄자
20% 할인에 무이자 할부도
신차값 넘어섰던 중고차값
10% 안팎 떨어지며 안정세
올해 초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던 자동차 업계가 연말을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다. 반도체난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차량 공급은 원활해졌지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신차 수요가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공 행진하던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현상이 한풀 꺾이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신차 할인 판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수입차 브랜드들이다. 그중에서도 아우디 딜러사는 A4와 A5를 각각 15% 할인하고, A6는 최대 21% 할인에 나섰다.
BMW는 주력 차종인 '5시리즈'를 중심으로 최대 12% 할인하고 있다. 가솔린 520i 럭셔리 모델 출고가는 6600만원이지만 12% 할인을 적용하면 약 58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 세단 'EQS'를 최대 900만원 할인하고 있다. 딜러사와 할부금융사별로 판매 조건은 다소 차이가 있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할부 상품과 연계해 신차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달 전 차종에 대해 연 4.9% 할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현금 선수금 납입 없이 전액 할부로 결제하면 36개월 기준 금리는 연 4.9%다.
쌍용차는 차종별로 선수금 50%를 납부하면 연 5.9% 금리를 적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 경형 차급 판매 1위가 확정적인 캐스퍼에 대해 최대 100만원의 특별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할인 혜택을 확대하고 저금리 할부 상품을 운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연식 변경을 앞두고 재고를 소진하려는 목적과 함께 금리 인상으로 위축된 자동차 소비 심리를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수입차는 각 브랜드의 한국 법인이 차량을 들여와 전국 판매 딜러에게 도매로 공급하고, 판매 딜러가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해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유통된다. 할인율을 결정하는 주체도 딜러사다. 딜러사로서는 자신에게 떨어질 이익을 줄이더라도 연식 변경 전에 재고를 소진하는 게 영업상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주요 자동차 할부금융사들의 금리가 연초 연 2%대에서 현재 연 7~10%로 높아졌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당시 고정금리로 정해진다. 연초 차를 계약한 사람이 최근 차를 인도받는 경우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업계가 신차 구매 고객에게 무이자·저금리 할부 혜택을 제공하며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최근 업계 움직임은 신차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 10월부터 배터리 가격이 오른 만큼 전기차 판매 가격도 높아질 여지가 있지만 미국 시장에선 전기차 평균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2019년식·무사고·주행거리 6만㎞ 차량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 변화를 분석한 결과, 벤츠 E-클래스(W213) 디젤 모델은 올해 1월 평균 시세가 5495만원에서 이달 4916만원으로 10.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 G80 가솔린 모델은 3984만원에서 3707만원으로 6.9% 낮아졌다. 할부 금리가 높아진 데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신차 할인 판매에 나선 영향이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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