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모독' 위해 태아 시신 악용한 신부, 사제직 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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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낙태) 반대' 운동의 퍼포먼스로 태아 시신을 제단에 두고 미사를 집전했던 미국인 신부가 바티칸 교황청에서 쫓겨났다.
2016년 임신중지로 인한 태아의 시신을 제단에 올린 채 미사를 진행한 동영상을 SNS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제이미 맨슨 가톨릭포초이스 대표는 "파본은 수십 년간 '재생산 건강'(임신·출산 관련 여성 건강)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바티칸이 그의 권력 남용과 돈, 폭력적인 반임신중지 전략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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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정치적 발언으로 잇단 설화 일으켜
'임신중지(낙태) 반대' 운동의 퍼포먼스로 태아 시신을 제단에 두고 미사를 집전했던 미국인 신부가 바티칸 교황청에서 쫓겨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로, 잇단 설화를 일으킨 문제적 인물이다.
'임신중지 반대' 열혈 트럼피안 신부, 성직서 쫓겨나
18일(현지시간) 가톨릭뉴스에이전시(CNA)에 따르면 유흥식 라자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은 지난달 9일 프랭크 파본 신부(63)의 사제직을 박탈했다. 사제직을 박탈해 평신도 지위로 강등하는 것은 교회법상 최고 수위 징계다.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대주교가 지난 13일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힌 파본의 해임 사유는 ①소셜미디어(SNS)에서 신성모독적 의사소통을 하고 ②교구장 주교의 합법적 지시를 지속적으로 따르지 않은 것이다.
1993년부터 '생명을 위한 사제들'을 이끌고 있는 파본은 미국 내 임신중지 반대파에서 이름난 인사다. 2016년 임신중지로 인한 태아의 시신을 제단에 올린 채 미사를 진행한 동영상을 SNS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 일로 파본은 텍사스주(州) 애머릴로 교구의 조사를 받았다. 애머릴로 교구의 패트릭 주렉 주교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반하고, 제단을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파본은 훗날 "(시신을 올려놓은 곳은) 예배당의 봉헌된 제단이 아니라 사무실 탁자"라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파본은 성직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일삼으면서 교회와도 자주 마찰을 빚었다. "미국에서 낙태가 금지되고,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트럼프 캠프의 종교 고문 역할도 했다. 2020년 대선 직후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패자"라며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입장도 표했다. 애머릴로 교구는 이때도 "해당 게시물은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교회법상 성직자는 주교의 허가를 얻지 않는 한 정당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교회 박해" vs "극단주의자 처리 잘한 일"
교황청의 결정에 파본은 "수십 년간 교회에서 박해를 받았다"고 반발했다. SNS에서 자신의 운명을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운명과 비교하며 "유일한 차이점은 우리는 '중단됐을 때(Aborted·낙태당한)' 크고 분명하게 계속해서 말한다는 것"이라고 썼다. 임신중지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파본의 파면을 둘러싼 교계 입장은 엇갈린다. 제이슨 라퍼트 전국기독교의원협회(NACL) 회장은 "파본은 정직하고 용감하며 대의에 충실했다"면서 "바티칸은 무슨 권한으로 이 사람의 직무를 박탈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파본은 급진적 극단주의자"라며 반기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이미 맨슨 가톨릭포초이스 대표는 "파본은 수십 년간 '재생산 건강'(임신·출산 관련 여성 건강)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바티칸이 그의 권력 남용과 돈, 폭력적인 반임신중지 전략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교리상 가톨릭은 임신중지를 죄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처럼 독실한 가톨릭 신자면서도 임신중지를 옹호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바티칸은 강경한 입장이다. 피에르 주교의 서한은 해임 결정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면서 파본을 '미스터(Mr.) 파본'으로 칭했다. 교황청의 제명 조치가 즉각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생명을 위한 사제들'은 가톨릭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파본이 평신도로서 계속 활동하는 건 전적으로 해당 조직에 달린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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