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버린 손가락…현대삼호 하청노동자들은 노동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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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작업거부에 나선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집단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물량제 폐지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12일부터 작업거부에 나선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블라스팅 노동자 40여명은 15일 각자 몸담은 업체로부터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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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선 개인사업자 취급…산재 신청 못 해
작업 거부하자 계약해지 통보·대체인력 투입
“안전 뒷전…노동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투쟁”
물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작업거부에 나선 현대삼호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집단계약해지 통보를 받아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물량제 폐지와 노동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12일부터 작업거부에 나선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블라스팅 노동자 40여명은 15일 각자 몸담은 업체로부터 문자메시지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블라스팅은 고압호수로 쇳가루를 분사해 선박 철판의 이물질과 녹을 제거하고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페인트 접착력을 높이는 작업이다. 이번 집단행동에는 현대삼호중공업(원청)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4개 업체(65명) 중 4~10년 경력을 지닌 3개 업체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원청과 하청업체가 작업면적당 단가를 지불하는 물량제 방식을 유지하며 근로기준법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량제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물량을 배정하면 하청업체는 5~9명으로 팀을 이룬 노동자들에게 연락해 작업을 지시하는 구조다. 하청업체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물량별 작업대금을 작업자 수로 나눠 지급한다.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하청업체는 소득의 3.3%를 원천 징수하며 개인사업자 취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강도 노동으로 목, 어깨, 손목, 허리, 무릎 등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지만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산재 신청을 못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기한 내에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야간작업이 빈번하지만,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 등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거제 대우조선해양, 울산 현대중공업, 영암 대불산단 내 다른 조선업체는 블라스팅 노동자를 사내협력사 소속 근로자로 고용해 일당제 또는 시급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스팅 노동자들의 작업거부 장기화로 작업물량이 적체되자 일부 하청업체는 손해배상을 묻겠다는 통보와 함께 이주노동자 등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작업거부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쟁의행위가 아니어서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19일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목포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원·하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한편 현대중공업 본사 상경투쟁, 결의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장현진 현대삼호중공업 사내하청 블라스팅 노동자 대표는 “몸이 뒤로 밀리는 공기압력으로 쇳가루를 분사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수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 손가락은 모두 휘어 있고 안전사고도 자주 발생한다”며 “하지만 작업 일정을 단축한다는 명목으로 안전은 뒷전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을 때까지 무기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각 하청업체는 “현행법상 물량제는 불법이 아니고 각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회사와 계약을 맺어 일하고 있다. 4대 보험에 가입하려면 회사에서 노동자 1명당 수십만원씩 지원해야 하는데 현 구조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일부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선박 건조 공정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양쪽이 시급히 합의해 생산에 매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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