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인세는 일부 의견 접근·경찰국은 평행선···‘예산안 정국’ 언제까지
박홍근 “집권당 아니라 종속당···무책임”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처리 시한으로 다시 제시한 19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 했다. 법정시한(12월2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 김 의장의 1차 중재시한(15일)을 포함해 네 차례나 합의시한을 넘긴 것이다. 여야는 ‘양대 쟁점’ 가운데 법인세 인하 폭에서는 일부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위법 논란이 제기된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에서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대통령실에 사로잡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며 의장중재안 수용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야당이 대선에 불복해 윤석열 정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안 수용을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법인세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까지 됐다”며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것이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운영 예산”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 없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대선 불복”이라며 “이 5억원 예산 때문에 639조원 정부 예산 전체를 발목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지난 15일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으로 담자’는 중재안을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수용한 상태다. 주 원내대표는 “액수로 그렇게 많지 않지만 정부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라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며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의장중재안을 수용만 하면 바로 처리될 예산”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다. 여당에 협상 전권을 주지 않은 채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하명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식물여당이냐”고 했다. 여당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협상 공전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도 “(여당의) 새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만날 수 없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법인세 문제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 인하 폭을 정부안(25%→22%)보다 적은 1%포인트 규모(김 의장 중재안)로 하는 대신 정부안에서 다루지 않았던 그 아랫구간도 세율을 비슷한 규모로 인하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초부자감세’로 규정한 민주당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정부·여당 모두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안이다. 현재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이하 20%, 200억~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방향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법인세) 1%포인트 (인하) 의장중재안을 받은 것은 나머지를 다 일괄 타결한다는 게 전제”라며 “저쪽에서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의장중재안을 못 받는다면 법인세 1%포인트(인하)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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