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선물도 못하는 머저리” 막내아들이 때린 비참한 한국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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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식당 하랴, 애 키우랴 고생만 한 우리 마누라한테 꽃다발 하나 선물 못하는 머저리가 돼야 하는데.
구조조정으로 실직 위기에 직면한 진도준 아버지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지만, "정신 차려라"는 타박만 듣는다.
보름 남짓 남은 올해, 따뜻하게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 지인들과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 소망을 나눠야 할 때, 올해 12월은 유난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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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18살에 학교 졸업하고 지난 30년 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나, 회사가 인정한 기술 장인이야.
그런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식당 하랴, 애 키우랴 고생만 한 우리 마누라한테 꽃다발 하나 선물 못하는 머저리가 돼야 하는데. 내가 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구조조정으로 실직 위기에 직면한 진도준 아버지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지만, “정신 차려라”는 타박만 듣는다. 이에 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뱉는 대사다.
극 중 배경은 IMF 시절이지만, 2022년 연말 풍경은 과연 다를까.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올해를 마무리할 송년회로 바쁠 시기이지만, 중소기업의 연말 분위기는 예년과 거리가 멀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 이미 상당수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송년회를 해야 할지 송별회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토로엔 한숨이 짙게 배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A대표는 송년회 계획을 묻자 “소소한 복지혜택 등이야 이미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였고, 이제 남은 건 인력 감축뿐”이라며 “송년회를 하긴 해야 하는데, 송별회 분위기가 될까 봐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식품 관련 스타트업의 B대표는 송년회 비용을 걱정했다. 직원들한테는 말도 못한다고 했다.
“송년회를 하면 직원들 택시비나 대리비라도 좀 챙겨줘야 하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솔직히 그 비용도 부담되죠. 직원들한테는 말도 못하고, 코로나 여파도 있으니 그냥 올해 송년회는 하지 말고 시무식만 하자고 얘기할까 합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연말엔 다 같이 유명 공연 관람으로 송년을 보냈던 한 스타트업도 올해엔 호프집 단합대회로 바꿨다.
대표들만 고민이 큰 게 아니다. 직원들은 더하다. IT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는 C(38) 씨는 송년회는커녕 인사철을 무사히 넘기기만 바라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연말 인력감축이나 희망퇴직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계속 돌고 있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연말 모임이 있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종사 중인 L(30) 씨는 “솔직히 기업에서 돈을 아끼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핵심성과지표(KPI)도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이고 그에 따라 인력을 정리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최근 벼룩시장이 전국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3%가 ‘현재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재직자 중 고용불안을 호소한 이는 85.8%에 달했고, 중견기업은 69%, 대기업은 62.1% 순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설문조사도 암울하기만 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취한 대책으로 가장 많은 답변이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59.8%)’였다.
구조조정은 이미 중소기업엔 눈앞에 닥친 현실이고, 내년에도 피하기 힘든 현실이다.
보름 남짓 남은 올해, 따뜻하게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 지인들과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 소망을 나눠야 할 때, 올해 12월은 유난히 춥다. 날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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