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줘야 할 것이 있다”···LG가 오지환 다년 계약에 올인하는 이유

김은진 기자 2022. 12. 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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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이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한 뒤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은 거의 폐장 분위기지만 제2의 FA 시장은 뜨겁다.

예비 FA의 다년 계약이 지난해 SSG의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 계약으로 시작돼 삼성 구자욱, 올해는 롯데 박세웅, NC 구창모로 이어졌다. 대유행을 타고 계약 규모는 FA 초대박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커졌다.

LG가 다음 주자로 나선다. LG는 내년 시즌 뒤 다시 FA가 되는 유격수 오지환(32·LG)의 다년계약 협상에 ‘올인’ 하고 있다.

이미 FA 협상과 병행해왔다. 오지환 측 에이전트와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아직도 서로 주고받지 않은 상태다. FA 협상 이상의 팽팽한 탐색전을 거치고 있다.

예비 FA 다년 계약은 어쩌면 FA 계약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러나 NC가 규정이닝 한 번 채운 적 없는 투수 구창모를 6+1년 132억원에 계약하는 등 일부 구단의 용감한 투자로 인해 굵직한 선수에 대한 다년 계약은 대세가 되어버렸다.

LG에서 내년 시즌 뒤 FA가 되는 선수 중 ‘대어’가 오지환이다. 팀의 주장이기도 한 오지환은 이제 LG 라인업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마운드에는 젊은 투수들 중심으로 LG에서 데뷔하고 성장한 선수들이 여럿이지만, 현재 야수 중에서는 사실상 오지환이 박용택을 이을 거의 유일한 직계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힌다. 성장 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어쨌든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며 현재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했다. LG에서는 전력상, 분위기상 꼭 지켜야 할 선수다.

LG는 그동안 내부 FA에는 인심을 쓰지 않았다. 박용택 정도를 제외하면 특급 FA가 나오지 않기도 했지만 FA 계약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내부 FA 협상의 진통과 달리 외부 FA에 대한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

비FA 다년계약의 순기능은 ‘우리 선수를 지킨다’는 구단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LG는 이번 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 외야수 채은성, 2군 FA 이형종까지 모두 이적하면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여럿 떠나보냈다. 오지환만은 지키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차명석 LG 단장은 “구단으로서는 다년 계약에 대한 부담이 사실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내부 FA들을 놓치면서 우리 선수는 홀대한다는 느낌을 줬을 수도 있다. 선수들이 한 번 그렇게 느끼면 돌이킬 수 없는데 우리 구단이 그런 기조는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리고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지환 다년 계약부터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비FA 다년계약의 핵심은 단연 계약기간이다. 선수는 최대한 긴 기간을 보장받기 원한다. 연간 보장액이 관건이 되면 계약 규모가 비대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온 비FA 다년계약은 모두 최소 5년 이상짜리였다. 30대 중반이 되지만 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오지환은 다년 계약을 하게 되면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기간은 훨씬 길어져 100억원은 쉽게 넘는 초대형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

다년 계약을 하려면 연도별 샐러리캡까지 계산하고 조율해야 한다. LG의 오지환 협상이 더 쉽지 않은 것은 다년 계약 추진 사실이 이미 외부에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단들이 조용히 추진해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과 달리 LG는 이미 오지환 다년 계약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그야말로 FA 협상처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LG는 20일 오지환 측 에이전트와 세번째 협상을 가질 계획이다. 계약의 윤곽도 나오기 시작할 전망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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