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처럼 따뜻한 공간 그림으로 들어가고 싶네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2. 12.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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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96년생 알피 케인 개인전
롯데百 잠실월드타워 아트홀
케임브리지대 건축학과 출신
캔버스에 소망하는 공간 펼쳐

친숙한 구조와 빈티지 가구, 조명이 편안하다. 가로세로 2m에 육박하는 대형 캔버스에서 펼쳐진 실내 풍경은 원근법과 빛 표현 덕분에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그 공간 속으로 입장하는 느낌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월드타워 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화가 알피 케인(26·사진)의 개인전 '고요의 순간'에서 대형 회화 위주 신작 16점이 펼쳐졌다.

그의 회화 'Red Dining Room'은 탁자 위 유리가 방안의 사물들을 반사하고 그 위에 걸린 조명이 빛과 함께 따듯한 온기를 퍼뜨린다. 아래 구석의 달리아 화병과 조명으로 벽을 보는 순간 가려진 인물의 옆모습이 잡힌다. 오른쪽 소파에도 턱을 괸 듯한 인물의 부분이 포착된다. 어떤 상황일지 궁금해진다.

케인은 "건축은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예술가이기 때문에 캔버스에서 누리는 무한한 가능성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해준다"며 "늘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내 그림을 통해 그런 소망을 실현할 장소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존재하지 않지만 거의 실재하는 것처럼 믿기고 만질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을 그리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전했다.

'Bath then Bed'(2022) 【사진 제공=롯데갤러리】

그는 온라인 미술 플랫폼 아트시가 지난 9월 기준 최근 1년간 호감도(구독 숫자)와 문의·거래가 많은 신진 작가 20명을 추출한 결과 1위에 올랐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물론 에드워드 호퍼도 떠올리게 하는 색감과 몽환적 정서가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케인도 초기 르네상스 화가 프라 안젤리코와 '빛의 화가' 얀 페르메이르,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건축학과 졸업 후 레지던시를 거쳐 지난해 영국 유니언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신성이다. 이번 첫 번째 아시아 개인전에서는 흥미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House on the Peninsula'의 장난감 같은 집에서 파생되는 실내 공간이 다른 그림들로 펼쳐졌다. 벽 색깔로 대략 집의 어디쯤일지 연결해 보면 재미있다.

케인은 "습지로 둘러싸인 작은 언덕 위 마을이 영화 세트장처럼 아름다워 라이(Rhy)로 이사했는데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며 "실제 내 집과 닮은 구조도 있고 애장하는 말조각과 반려견 '로코', 침대 시트도 넣지만,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1.9×2.2m) 대작 'First Night Above the Marshes'는 아름다운 석양 풍경 가득한 집 안에서 누워 휴대폰을 보는 본인을 넣었다.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실장(상무)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개막 전 백화점 VIP고객들에게 완판됐다는 후문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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