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사로잡은 엘리자벳의 비극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2. 12. 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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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 뮤지컬 '엘리자벳'. 【사진 제공=EMK】

"올여름 관람한 뮤지컬 '데스노트'와 '엘리자벳'이 한국에서 거의 3년 만에 본 공연이었어요. 이번이 올해 세 번째 한국 여행인데 자가 격리가 없어져서 정말 편합니다."

최근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공연장에서 만난 일본인 혼다 마키 씨(가명)는 올해만 세 번째 한국에서 배우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고 했다. 일본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그는 "팬데믹 이전만 해도 1년에 5~6번 정도 한국을 방문했다"며 "관광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의 뮤지컬을 보러 온다. 방역 규제가 없어졌으니 앞으로도 자주 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인 해제 시점을 맞은 올 한 해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객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입국 후 코로나19 자가 격리, 검사 의무가 해제되는 등 문턱이 낮아지자 공연계 해외 팬들도 자연스레 공연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 문전성시를 이뤘던 해외 관객이 다시 증가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공연계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최근 매일경제가 온라인 예매사이트 인터파크티켓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2022년 1월~10월 31일 기준) 뮤지컬 장르 해외 관객은 전년 대비 4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31일 기준 수치로, 언어별(일본어, 영어권) 예매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구매한 이용자를 식별하는 방식으로 집계했다. 최근 한국어가 유창한 해외 팬의 특성상 일반적인 국내 사이트에서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외국인 관객이 올해 가장 즐겨 찾은 뮤지컬은 '엘리자벳 1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일본어권과 영어권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아 1위에 등극했다. 그 밖에 일본인 관객이 선호하는 공연은 뮤지컬 '킹키부츠' '사랑의 불시착'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순이었다. 영어권 관객의 발길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던 작품은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에 이어 뮤지컬 '마타하리' '데스노트' '사랑의 불시착' 등으로 조사됐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확실히 코로나19가 심하던 시기보다 해외 관객이 종종 눈에 띄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막혀 있던 하늘길이 풀리고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외국 관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빠르게 복귀하고 있는 관객층은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 배우들과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들의 팬덤이다.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관객 흥행을 이끈 배우 김준수를 비롯해 박효신, 옥주현, 그룹 빅스 소속의 레오(정택운), 그룹 비투비 멤버 서은광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뮤지컬 '엘리자벳' '마타하리' '데스노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외국인 관객 선호 상위 작품에 오른 공연 모두 이들 배우가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 현지에서 대중성이 높아 외국인 관객이 친숙하게 느낀 작품들도 인기가 많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일본에서도 20주년이 넘었을 정도로 현지 팬에게 오랜 사랑을 받은 공연이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화려한 무대와 드라마틱한 서사, 세계적으로도 출중한 기량의 국내 배우들이 선보이는 한국 프로덕션만의 매력에 일본 관객이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해외 관객은 단순히 배우 한 명의 팬을 넘어서 한국 뮤지컬 작품을 지속적으로 관람하는 등 관객 저변과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한국 뮤지컬 시장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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