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노조’ 행보 발맞추는 경찰···특진 사례로 ‘노조원 검거’만 줄줄
“사실 오늘 오후에 제가 직접 해당 (경찰)서를 방문해 특진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조직·인사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에서 “최근 지방 모 경찰서 관할 건설현장에서 조합원이라고 사칭한 사람이 비조합원의 업무를 방해하려 흉기를 들고 협박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특별승진 공적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는데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윤 청장은 이날 오후 자신이 사례로 들었던 한국노총 조합원을 검거한 충북 충주경찰서 경찰관의 특별승진 임용식에 참석했다. 청장이 지역 관서까지 직접 내려가 계급장을 달아주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게 경찰관들의 설명이다.
윤 청장은 지난 16일 ‘국민체감 3호 약속’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선언했다. 지난 8월 취임 이후 전세 사기 등 악성 사기 근절을 약속 1호로, 마약 근절을 약속 2호로 발표한 바 있다. 윤 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건설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력한 단속과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며 “현장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공정의 가치를 구현하는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윤 청장은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행위 검거 유공자 특별승진 임용식’에도 참석했다. 중부경찰서는 지난 15일 건설노동조합원 11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입건하고 노조위원장 등 주범급 피의자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다만 이들은 양대노총 소속은 아니며,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윤 청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계기로 약해진 입지를 ‘정부 맞춤형’ 행보로 극복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청장은 특히 지난달 24일 시행된 화물연대 파업을 기점으로 연일 노조 및 파업 활동을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청장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 당시 부산에서 쇠구슬을 쏴서 비조합원의 운행을 방해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때 신속한 수사로 행위자를 검거한 바 있는데 그때 그 유공자들에 대한 즉시 특진을 시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어떤 불법행위든 근절하는 게 맞지만, 최근 청장의 행보를 보면 반노동 정서에 편승한 듯한 느낌이 든다”며 “승진을 두고 노조를 향한 수사 경쟁이 생겨날 수 있다”고 했다. 랑희 경찰개혁네트워크 활동가도 “말로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불법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적대감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특히 건설현장은 구조적 문제가 산적한 곳인데, 이에 대한 점검 없이 불법성만 단속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낙인찍기나 수사기관의 성과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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