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장부 들추기’가 노동개혁?…ILO 협약 위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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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를 노동개혁 저항세력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의 '재정운영 투명성'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19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재정운영 투명성 확보에 관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노조의 규모 등을 고려해 회계감사의 자격을 강화한다거나, 미국·영국처럼 감사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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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를 노동개혁 저항세력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의 ‘재정운영 투명성’을 검증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관련법에 따라 노동조합이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재정운영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운영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뜻인데, 정부가 노조 재정운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할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재정운영 투명성 확보에 관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노조의 규모 등을 고려해 회계감사의 자격을 강화한다거나, 미국·영국처럼 감사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이미 노조의 재정운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노조 대표자는 6개월마다 회계감사원에게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한 뒤 감사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운영상황을 조합원에게 공표해야 한다. 조합원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노동부가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할 의무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투명성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인 18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벌써부터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노동계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조 재정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과단성 있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금속노조의 기금과 사업비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예산계획 안에서만 움직이고, 결산보고서는 매년 400쪽 규모로 제작해 전 조직에 배포된다”며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한 감사 5명이 일상적인 회계감사와 업무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기업·지역별 지회의 회계는 지부가, 지부의 회계는 노동조합(금속노조)이 감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독립된 헌법기구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문자 보고하는 윤석열 정권이 노조의 재정 운영 투명성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재정운영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다.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노조 재정에 대해 정부 당국의 통제는 일반적인 정기 보고서 제출 의무를 초과해선 안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발간된 결사의자유위원회 결정례집은 “언제든지 검사하고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정부 당국의 권리는, 운영을 자유롭게 조직할 노동조합의 권리를 과도하게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연차보고서에 부정이 추정되거나 조합원이 부정을 신고한 중대한 상황에 의해서만 (정부의) 감독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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