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훈의 창의적 뇌] 글로벌 초일류의 벽
다양한 자극·변화 노출시키면
창의적 초일류 인재 나타날 것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50년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초일류 국가가 될 거라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다시 소환하고 싶다. 디지털 대전환기에 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10개 정도만 키울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초일류로 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어떻게 오르느냐다. 우선 고도로 숙련된 초일류 인재를 양성하고, 그다음 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초일류 조직문화를 만들면 한번 해볼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뇌 적성을 찾아주는 진로설계 코칭을 해오면서 대학생들의 창의적 인지역량, 불가능에 도전하는 행동역량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그런지 추적조사를 해보니 아이들의 뇌가 초등학교 때, 그것도 저학년일 때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 타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였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주범은 '문제풀이 학습법'이었다. 예전과 달리 입시 준비가 점점 아래 학년으로 내려오고 있고, 최근에는 초등 2학년 때부터 입시전쟁을 치르는 지경에 왔다. 유형별, 선행, 반복으로 이뤄지는 문제풀이 학습법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유형별 학습을 하면 단기적 성과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유형을 벗어나는 킬러문항이 나오면 풀지 못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도 최상위로 진입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뇌가 문제 패턴에 적응해 패턴을 벗어난 창의적 사고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정말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선행학습이다. 아이들의 뇌는 2세까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개수가 극에 달하고 이후 뇌가 현실 적응 과정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시냅스를 가지치기한다. 저학년 때 과도한 수학 선행학습을 하면 사용하지 않는 다른 뇌 기능을 다 가지치기해 버린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국어가 안 되는 이유다.
셋째, 최악으로 반복학습까지 시킨다. 아이들의 뇌는 어릴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때 반복교육을 시켜버리면 아이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아 세상에 대해 문을 닫아버리고 뇌는 성장을 멈춰버린다.
다행히 아이들의 뇌를 지킨 부모들도 있다. 엄마가 직장을 다니느라 일정 부분 방치되면서 집에서 책 읽기를 많이 한 아이들의 뇌 상태가 대체적으로 아주 좋았다. 또 첫째보다는 둘째 아이들의 뇌 상태가 괜찮은 경우가 많았다. 큰아이를 신경 쓰느라 둘째가 방치된 경우다.
그래서 필자는 이제부터라도 첫째 아이를 둘째 아이처럼 키우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가족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자극에 노출시키고, 지난번 칼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뇌 변화를 위한 읽기까지 훈련시킨다면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포텐이 순식간에 터져나와 어느새 G2(주요 2개국)에 오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안진훈 창의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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