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가스 국산화 잰걸음, 지정학적 리스크 줄인다

전혜인 2022. 12.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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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원자재인 희귀가스(희가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네온, 제논, 크립톤 등의 희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소재지만, 공기 중에 극미량만 포함돼 있어 양산이 어려운 데다 전 세계에서 소수 국가에서만 생산돼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기업 간 희가스 국산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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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진행된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와 미국 아렌시비아의 희가스 업사이클링 사업 합작회사 설립 업무협약식에서 오종진(오른쪽)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대표와 브랜트 프리소라 아렌시비아 사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K㈜ 머티리얼즈 제공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인 원자재인 희귀가스(희가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 원료의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급과 구매 비용 절감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이다.

SK㈜ 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에서 미국의 산업가스 전문 기업인 아렌비시아와 희가스 업사이클링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합작회사는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가 마케팅과 운영을 맡고 아렌시비아가 공정과 설계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운영된다. 업사이클링은 배출되는 가스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뒤 필요한 희가스만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향후 합작회사가 설립돼 희가스를 포집, 정제, 재투입하는 공정이 완성되면 수입에 의존하던 희가스의 국산화가 가능해져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서도 국제정세에 따른 불안정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업가스 공정 내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오종진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 대표는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변동이 심한 희가스 특성상 업사이클링은 안정적 성장을 위한 최고의 솔루션"이라며 "앞으로 아렌시비아와 긴밀히 협업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와 전세계 업사이클링 사업을 리드하며 넷제로 트랜드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네온, 제논, 크립톤 등의 희가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 소재지만, 공기 중에 극미량만 포함돼 있어 양산이 어려운 데다 전 세계에서 소수 국가에서만 생산돼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례로 네온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빛을 이용해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엑시머 레이저 가스의 주재료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네온이 전 세계 공급량의 70% 이상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5월 러시아 정부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비우호국에 이와 같은 희가스 수출을 제한했다. 국내 산업계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산 수입을 확대하면서 한때 중국산 네온 가격은 평년 대비 50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간 희가스 국산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포스코, TEMC와 협력해 네온 가스의 국내 생산 방법을 찾아 지난 4월 이를 도입했다. 10월 말 기준으로 40%까지 도입 공정 비중을 확대했으며, 2024년까지 네온 전량을 국산품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년 6월까지는 식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크립톤과 제논 가스도 국산화를 추진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0월 말 포스코와 제논 가스에 대한 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가 내년까지 광양제철소 공기분리장치에서 제논 가스를 추출하는 설비 기술 개발을 추진해 2024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면, 삼성전자는 포스코가 생산한 제논 가스의 품질인증을 거쳐 생산라인에 적용할 예정이다.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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