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유재석씨, 여기선 이러시면 안됩니다[스경연예연구소]
모든 진화나 진보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산업혁명으로 공기가 나빠졌고, 얼룩나방은 검은 얼룩나방의 등장에 도태됐다. 오염된 환경에는 검은 나방의 생존이 수월했다. 환경변화에 따른 선택압이 생겨 종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으로 시선을 옮겨 프로그램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지금 방송가에서 주도적인 예능의 형식으로 자리 잡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른바 ‘클리셰’로 부를만한 형식이 있다. 남녀의 어색한 첫 만남과 정적 그리고 다 대 다 출연자들의 눈치. 그리고 이를 찍어놓은 방송분을 보며 스튜디오에서 탄식을 내는 MC들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갈수록 방송이 진짜를 원하고 ‘다듬어진’ 연예인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비연예인의 진짜 리액션을 보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이들의 감정이 나오기 수월한 환경을 위해 시끄러운 진행도, 자막도 심지어는 카메라도 이들에게서 멀찍이 물러앉았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tvN의 새 연애 리얼리티 ‘스킵’에는 몇 년 동안 쌓아온 대한민국 연애 리얼리티의 진화 또는 진보가 대부분 부정됐다. 프로그램은 일찍부터 ‘국민MC’ 유재석의 첫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도전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연출자 역시 유재석과 ‘식스센스’ 시리즈로 오래 호흡을 맞춘 정철민PD다.
프로그램은 바쁜 현대사회, 인연도 속전속결로 만들고 싶은 청춘들이 당일 만나 4대4 소개팅을 마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제목도 ‘스킵’이다. 마음에 들면 ‘하트’를 누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킵’할 자유도 주어진다.
그 정서에는 최첨단 젊은 세대의 코드가 들어있지만, 막상 뚜껑을 연 프로그램의 모습은 첨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단 MC는 유재석과 그와 많은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전소민 그리고 래퍼 넉살이었다. 이들의 자리는 카메라, 출연자들과 거리가 있는 스튜디오가 아닌 이들과 함께다. 이들의 상황판단과 출연자에 대한 인상은 멘트를 통해 가감없이 전해진다. 그리고 출연자들이 하나의 행동을 할 때마다 관전평이 잇따르니 오히려 호흡은 느려진다.
유재석의 진행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유행이 지났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의 능수능란한 진행은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을 과거 ‘사랑의 스튜디오’나 ‘천생연분’ 등의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돌려놨다. 개인기를 부추기고 감상을 남기는 사이 출연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감성은 사라지고, 대중에 자신의 매력을 공개하는 경연대회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림이 마련되고 말았다.
‘스킵’이 연애 리얼리티의 지금 또는 미래를 염두에 뒀다면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이 쌓아온 진화와 진보를 저버려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MC들의 역할변화를 통해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출연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작 ‘스킵’당하는 것은 출연자들이 아닌 프로그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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