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바뀌니 180도 달라진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말[기자메모]

유선희 기자 2022. 12. 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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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 제공

지난 5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했을 때 노동계에선 “최악은 피했다”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이 장관은 약 30년 동안 한국노총에 몸담으면서 노동자 권익향상에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윤석열 정부 안에서 반노동 정책을 견제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이 장관의 행보는 노동계 활동 때와 사뭇 달라졌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 사무총장으로 있던 2015년 4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대상 업무 확대 등 이른바 ‘개악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이 사무총장’은 “이른바 프레임이라고 하지 않나. 고용창출과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정규직이 너무 많이 받고 있으니까 임금을 좀 줄이고, 쉽게 자를 수 있어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시각이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것을 돌파하기 위해서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있던 2019년 10월에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노사문화를 평가한다면, 전투적이고 대립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라는 질문에 “지나치게 왜곡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노사관계가 기본적으로 협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없다. 힘의 우위는 사측이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조는 존재 조건상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리가 사람의 생각과 말을 모두 바꿔버린 것일까. 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혐오 발언을 자제시키기는커녕 십분 동조하고 있다. 노동시장 하층위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기사들의 파업을 두고는 “민생경제를 볼모로 위력에 입각해 투쟁을 관철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 장관은 국민의힘과 정부간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노조’를 개혁대상으로 지목하는데 찬성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4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이 장관은 2016년 4월 중앙일보가 주선한 대담에서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에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시간당 1만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업체는 망해야 한다”고도 했다. 2016년 8월 기자회견에서는 “인신구속되고 자유형을 선고받는 것도 억울한데 손해배상 청구 제기·가압류가 밥 먹듯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이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살펴보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막기 위한 취지로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란봉투법 입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열린 정부합동 기자회견에서 이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보다 먼저 “‘불법’에 엄정대응”을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이제 ‘최악을 피했다’는 평가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장관은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부안에서 ‘힘의 균형’이 생기도록 생각과 말을 되돌려야 한다. ‘노동존중사회’를 첫 임무로 정하고 있는 한국 노동부의 장관으로 있으니 드리는 말씀이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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