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일하다 등산 중 심근경색 사망…법원 "업무 관련성 없다"

유족 "밤늦게 고객사 응대하는 등 정신적 긴장이 심해"
재판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보통 근로자에 발생하는 정도 초과했다 보기 어려워"

등산객 / 사진 = 연합뉴스

주 51.5시간을 근무하고 주말 등산을 갔다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 대해 1심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A씨는 2017년 1월 1일에 입사 17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습니다. 그는 같은 해 2월 25일에 수원 광교산을 오르던 중 정상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1월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A씨 유족의 급여 지급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유족은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족은 “A씨가 밤늦게까지 고객사의 민원성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는 등 정신적 긴장이 심한 업무에 종사했다”며 “승진·해외 출장 등으로 인한 업무상 부담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고객사 기술지원·자문 등을 수행하는 부서장으로 일했습니다.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정규직이었지만, 정규 근로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 A씨는 사망 전 1주일 동안 51시간 29분 동안 근무했습니다. 4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51시간 6분으로, ‘주 52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보통의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정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는 미국 출장 이동시간이 업무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비행기 탑승 시간 모두를 근무 시간으로 볼 수 없고 인과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 A씨는 2013년과 2016년 건강검진 당시 고지혈증 소견을 받았지만, 따로 치료하지 않았습니다. 사망 당시엔 금연했지만, 15년간 하루 20개비가량 담배를 피운 점을 들며 재판부는 "사망 당일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도 갑작스럽게 등산해 운동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몸에 무리가 와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A씨의 아내가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