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2023시즌 뛰고 MLB 진출 공식 선언…키움 "새해 논의할 것"
구단 동의 꼭 필요해…반대하진 않을 전망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올해 KBO리그에서 타격 5관왕과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내년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전달받은 키움 구단은 내년 초 이정후 측과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키움 구단에 따르면 이정후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단 사무실을 방문해 구단 측에 한 시즌을 더 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2017년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문한 이정후는 2023년 시즌까지 소화하면 총 7시즌을 채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공개 석상에서 꾸준하게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던 이정후가 구단에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후가 국내에서 좀 더 뛰다가 포스팅 시스템이 아닌 보다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하루빨리 빅리그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할 경우 FA와 다르게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우선 협상 날짜가 30일로 제한된다. 선수 측은 한 달 동안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을 진행해 최종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 규모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하는 것도 특이점이다. 예를 들어 보장 계약 규모가 2500만달러 이하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의 KBO리그 소속 구단에 계약금의 20%를 줘야 한다.
포스팅 시스템은 그동안 KBO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가장 흔히 이용한 방법이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강정호, 박병호(KT 위즈), 김광현(SSG 랜더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포스팅을 통해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의 아들인 이정후는 6시즌 만에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입단 첫해부터 천부적인 타격 실력을 뽐내며 신인상을 받은 그는 매년 성장하며 6시즌 연속 타율 3할과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0.342로 3000타석 이상 타자 중 압도적 1위인데 2위 장효조(0.331)과도 1푼 이상 차이가 난다.
꾸준하게 힘을 기른 이정후는 중장거리 타자로 진화했고 2022시즌 타율(0.349), 안타(193), 타점(113),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부문 1위에 올랐다. 대단한 성적을 거둔 그는 시즌 종료 후 MVP 투표에서 97.2%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최고의 별'에 등극했다.
지속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이정후가 포스팅 시스템에서 외면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좋은 대우를 받을 여지도 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계약의 바로미터로 삼은 '일본프로야구 2회 타격왕 수상자' 요시다 마사타카는 이달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달러를 계약한 바 있다. 이정후는 요시다의 계약 소식을 들은 후 "요시다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면서 "나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더 발전해야한다"고 다짐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의 가장 중대한 관문은 키움 구단의 의사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속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올해 업무를 마친 키움 구단은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 공식 의사를 접한 뒤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았다. 키움 관계자는 "이정후 선수의 도전 의지를 응원한다"면서 "내년 초 논의를 거친 다음에 공식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 구단이 이정후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어 보인다. 오래 전부터 이정후가 해외 진출 뜻을 피력해오면서 키움 구단과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키움 구단도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등 주축 선수들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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