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범법자 될 판…中企사장님들 "일할 사람 없는데 야근도 못 해"

이재윤 기자 2022. 12. 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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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온수일반산업단지 내 한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재윤 기자

중소기업계가 '주당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이하 8시간 추가근로제)' 종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달 31일 일몰을 앞두고 있지만 국회에선 예산안 처리로 뒷전으로 밀리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어서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계에선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내년부터 범죄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중소기업계 사업주들은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앞두고 심각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특히 인력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조업과 뿌리산업 등이 체감강도는 더욱 높았다. 이달 말 8시간 추가근로제가 폐지되면 당장 다음달 부터 주52시간을 넘겨 근로를 하게 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인력난을 벗어나지 못한 중소기업계는 8시간 추가근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시간 추가근로제는 2021년 7월 주52시간 근로제(이하 주52시간제) 전면확대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여전히 경영여건이 달라지지 않아서다. 당시 주52시간제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적용하면서 30인 미만 사업장엔 예외규정을 둔 것이다.

인천에 위치한 표면처리업체 A대표는 "일거리가 들어와도 야근을 시키기가 겁난다.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서 직원이 15명정도 되는데,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면 고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근로시간을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일거리를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근로자가 사업주를 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면하긴 사실상 불가능 하다.

주52시간제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계 현실과는 여전히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갑을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은 탄력적인 근무시간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납기요구에 맞추려면 야근이나 초과근무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부족한 사람을 더 뽑으라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선 인력난만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6번째)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 7번째)이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0월 중기중앙회가 5인이상 30인 미만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5~29인 제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도래 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일감 소화 못해 영업이익 감소'(66.0%)가 조사됐다. 연장수당 감소로 기존 근로자 이탈, 인력부족 심화(64.2%)과 납기일 미준수로 거래 단절 및 손해배상(47.2%)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주52시간제 개편 논의와 별개로 8시간 추가근로제 유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개선을 중심에 둔 윤석열 정부는 주52시간제를 월·분기·반기·연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앙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 실장은 "나중에 주52시간제가 개편되면 여기에 맞춰서 8시간 추가근로제를 바꿔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 14일 이와 관련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8시간 추가근로제가 일몰되면)소기업과 소상공인 대부분이 범법자가 되고, 나는 장관이 아닌 범법자들의 두목이 된다"며 "외화를 벌겠다는 사람,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사람, 직원에게 급여 주고 함께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범법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8시간 추가근로제 유지의 열쇠를 쥐고있는 국회는 예산안에 발목이 잡혀있다. 법인세율 조정과 경찰국 예산 등으로 평행선을 걸으면서 지난 2일 예산안처리 법정 시한과 정기국회 회기(9일) 등을 모두 넘겼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예산안이 협상이 되고 민생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회에서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52시간제 개편은 아직 논의단계다. 현행 주52시간제를 월·분기·반기·연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이 지난 12일 전문가 연구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제안됐다. 이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권고문을 최대한 존중해 노동시장 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고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이 18일 노동개혁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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