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세포 전이 속도 빨라진다

생명연 박영준 박사팀 “미세먼지, 인체 면역 담당 ‘대식세포’ 자극”
“미세먼지에 의한 암전이 예방·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미세먼지에 의한 암세포 전이 증가 과정 모식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로 침투한 미세먼지가 암세포 전이의 속도를 높인다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에 의한 암 전이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박영준 박사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인체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를 자극해 암세포 전이를 촉진하는 구조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폐의 면역세포이며, 이 중 선천성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라는 점에 주목해 미세먼지에 노출된 폐 대식세포 배양액을 암세포와 반응시켰다. 

그 결과, 암세포를 무한 증식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표피 생장 인자 수용체(EGFR)가 활성화되고, 이동성이 증가했다. 

또한 EGFR과 결합해 암 증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헤파린 결합성 EGF 유사 생장 인자(HBEGF)도 증가했다. 

HBEGF는 주로 세포증식에 관여하기 때문에 여러 암종에서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도 폐암에 걸린 쥐를 미세먼지 환경에 노출하자 암 전이가 증가한 반면 HBEGF 억제제를 투입하자 전이가 억제된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미세먼지에 의한 암 전이 예방 및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영준 박사는 “미세먼지가 암 전이에도 관여할 수 있고, 대식세포를 통해 암 전이가 증가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심각한 만큼 미세먼지 발생 억제와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지난달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