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여성기업인 위해 … 여경협, 규제개혁 앞장선다

고재만 기자(ko.jaeman@mk.co.kr) 2022. 12. 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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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여성기업 규제애로 발굴개선 간담회'에서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앞줄 왼쪽 넷째부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규제혁신'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여성경제인협회】

"실업급여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복 수급을 제한해주십시오."(주희정 디자인창조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수준이 과도합니다. 주요국 사례와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위를 조절해줬으면 합니다."(박경분 자코모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이정한)는 300만 여성기업 시대에 맞춰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 여성기업이 겪고 있는 규제애로 사항의 발굴과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여경협은 전국 18개 지회를 대상으로 총 10회에 걸쳐 규제애로 발굴 간담회와 설문을 진행했다. 그동안 실시된 간담회와 설문에서는 여성기업인 620여 명이 참석해 현장 목소리를 담은 총 130여 건의 규제애로 설문이 접수됐다.

지난 6일 여경협은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만나 그간의 간담회와 설문을 통해 발굴된 규제애로 중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 문제 △월 52시간 연장근로제 도입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 처벌 수위 조정 △외국 인력 쿼터 확대와 사업장 이전 횟수 제한 강화 등을 건의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는 여성 기업인들이 열기로 가득했다. 주희정 디자인창조 대표는 실업급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지적했다. 주 대표는 "어려운 인력난 속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충족하면 퇴사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실업급여 반복 수급 자체를 제한하고, 반복 수급에 따른 지급액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30일치 180만원으로, 월 최저임금 191만원에 육박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실업급여 지급 기관 확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월 최저임금 수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업급여의 경우 수급 횟수에 제한이 없어 근로자가 의도적으로 실업급여 수령 기준만을 위해 취업과 퇴사를 반복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우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외국 인력 입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신영이 디엔비 대표는 "현재 외국 인력 쿼터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외국 인력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쿼터 확대를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외국 인력의 사업장 변경에 대한 절차·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에 조사된 건의 과제 외에도 즉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건의들도 쏟아졌다. 현장에서 나온 건의 중에서는 '여성기업을 위한 수의계약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현재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지방계약법 시행령에는 계약 규모 1억원 이하에 대해서 국가 기관이 여성기업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강제·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여성기업과의 수의계약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박선희 리더스알앤디 대표는 "1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돼 있음에도 공무원들은 수의계약을 했다가 자체 내규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되거나 감사에 걸려 불이익을 당할까봐 이를 기피한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현장에 있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수의계약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평가 시 가점 부여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한 여경협 회장은 "이번 규제애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여성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의 대부분이 현재 대한민국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사안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기업이 전체 기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여성기업 문제가 곧 우리 중소기업 다수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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