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들어간 우리금융 이사회…대거 물갈이 되나

정두리 2022. 12. 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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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압박에 이사회도 부담 적잖은 듯
이사회 "현명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사회 직 유지 부담 느끼고 있다는 시각도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 논의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하면서 장고에 들어갔다.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 불가 메시지를 보낸 금융당국의 압박에 손 회장뿐만 아니라 이사회 멤버들도 적잖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었으나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이날 “금융위가 최종 결정한 라임 펀드 관련 중징계를 회사나 손태승 회장이 수용할지 여부는 내년 1월이 돼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전날 금융당국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손 회장이 이날 입장표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사회가 직접 나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 회장의 라임펀드 중징계 결정 직후인 지난달 10일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 시도 중단을 요구한 것이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박 사외이사는 손 회장이 라임펀드 중징계에 대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현명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분 4% 이상씩 투자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총 7명으로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한화생명 추천)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키움증권 추천) △윤인섭 전 한국기업평가 대표(푸본현대생명보험 추천)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한국투자증권 추천) △신요한 전 신영증권 대표(유진프라이빗에쿼티 추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IMM PE 추천)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 등이 구성원이다.

이 중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등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하지만 이들 모두 2019년 1월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임기 제한(6년)을 고려하면 연임은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가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각 과점주주의 방침이 달라지지 않는 한 대부분 유임될 것이란 전망이다. 사실상 회장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일부 금융지주와는 달라 내·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금융측 설명이다. 다만 노성태·박상용·장동우 사외이사는 2016년 12월 우리은행 사외이사에 최초 선임된 후 지금까지 손 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사회 이후 사외이사들은 과점주주들과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긴밀히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거 물갈이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관련 당국의 중징계 확정에 따른 이사회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예민한 시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이 직을 유지하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감독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행위자에 대한 감독책임을 이사회까지 지우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이사회가 이번엔 제대로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도 관계자는 “아마 앞으로 내부통제는 물론 규모가 큰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는 불완전판매가 되지 않도록 사외이사들이 해야 할 업무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사회 결정 안건이 많아지면 사외이사들도 해야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고, 책임질 일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연임을 꺼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다음달까지 손 회장의 연임 여부와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제재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정관상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최소 30일 이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주총 소집 공고가 통상 3월 초 이뤄지는 만큼 늦어도 2월 초에는 손 회장의 거취를 포함한 신임 회장 후보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당초 이달 말까지 진행하던 자회사후보추천위원회와 임원인사도 줄줄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두리 (duri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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