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홍콩에 안도하는 투자자들…증권가는 여전히 ‘거리두기’

권유정 기자 2022. 12.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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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셍지수, 11월부터 상승폭 키워
방역·부동산 등 정책 기대 효과
“中 안팎 변수에 모두 노출돼 취약”

홍콩 항셍지수가 글로벌 주요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안도하고 있다. 홍콩H지수, 항셍테크지수는 국내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수들이다. 한동안 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ELS 등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심으로 손실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전체회의에서 시진핑(왼쪽)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안에 찬성 버튼을 누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6일 홍콩 증시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82.08포인트(0.42%) 오른 1만9450.67에 거래를 마쳤다. 항셍지수는 한 달 전부터 이날까지 10% 이상 상승했다. 같은 날 기준으로 홍콩H지수와 항셍테크지수는 모두 1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됐고, 항셍테크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술주를 추종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요국 증시와 대조적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지수는 하락했다.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 나스닥지수는 2.9% 하락했다. 유로스톡스50지수, 한국 코스피지수, 일본 닛케이지수도 모두 2% 넘게 하락했다.

당장 홍콩 증시 관련 파생상품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ELS의 경우 기초자산인 지수나 개별종목 가격이 만기까지 정해진 조건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손실 발생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 일부 상장지수증권(ETN)은 지표가치가 떨어지면서 조기 청산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KB증권의 ‘KB레버리지항셍테크선물’ ETN은 실제 상폐가 됐다.

홍콩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그전까지 홍콩 증시는 10월 중국 시진핑 3기 출범이 공식화하면서 낙폭을 거듭하고 있었다. 중국 본토에 비해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극단적인 자금 유출로 이어졌다. 주요국 증시도 금리 인상 여파로 휘청이는 상황이었지만, 홍콩 증시처럼 높은 변동성을 보이진 않았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방역 관련 정책 완화 의지를 드러내면서 항셍지수를 비롯한 홍콩 증시도 반등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부진이 계속되자 리파이낸싱, 인수합병(M&A) 및 자금조달을 재개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거기에 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방역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부동산주와 함께 리오프닝 수혜주가 뛰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홍콩 투자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인 입장이다. 당장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끌어올렸지만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 변수에 동시에 노출된 홍콩 증시 특성상 반락 여지가 더 크다는 의미다. 최근에 반등이 주요국 증시 대비 과도하게 낙폭을 키운 것에 대한 기술적인 반작용일 뿐 추세적인 상승 흐름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상 연말, 연초 중국에선 12월 경제공작회의, 내년 3월 양회 등을 통해 나올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며 “특히 본토 시장보다는 그동안 정책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저평가된 홍콩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더 많다”며 “높아지는 정책 기대에 비해 실물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리오프닝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그 과정에 여전히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리오프닝 기대에 따른 채권시장 금리 급등도 리오프닝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환호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는 나타나질 않고 있다”며 “선행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해 연말 연초 경기 둔화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상황이 중국 경제에 부담인 만큼, 기대는 있어도 바닥을 얘기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경제는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 장기화의 여파로 올 한해 역성장이 예상된다”며 “홍콩은 코로나 리스크와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리스크라는 두 가지 악재에 여전히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들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ETN은 항셍테크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기준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이달 들어 23.3% 상승했다. TRUE레버리지HSCEI ETN(H), 삼성 레버리지 HSCEI ETN(H), 삼성 항셍테크 ETN(H)은 모두 10% 넘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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