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줄이고, 모기업이 보증”...대기업 채권 발행 ‘속도’

이인아 기자 2022. 12. 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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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등급 단기 회사채 발행 ‘온기’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신용 보강 후 회사채 발행
“건설·금융사 상황은 우려”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 이후 채권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채권(공모) 발행에 나서고 있다. 자금줄 물꼬가 트이자 내년 만기 상환에 대비해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투자자들의 심리가 완전히 되살아나지 않아 만기를 짧게 잡거나 모회사가 지급 보증을 서는 구조의 채권이 주로 발행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으며, 만기구조(트랜치·tranch)는 2·3·5년으로 나눠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13일 발행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뉴스1 제공

앞서 LG유플러스는 공모채 발행에 나섰다가 일부 물량을 팔지 못하는 이른바 ‘미매각’을 겪었다. 지난 10월 1500억원 규모(2년물 700억원·3년물 8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실시했는데, 주문이 1000억원 정도에 그쳐 3년물에서 500억원정도 미매각이 발생한 것이다.

LG유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의 신용등급은 AA0로,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 팔리지 않은 물량은 주관을 맡은 7개 증권사가 나눠 소화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도 자금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투자자 수요를 반영해 만기를 짧게 잡거나 최대주주가 지급 보증해 신용을 보강한 게 특징이다. 우선 신용등급 AA0인 롯데제과는 1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을 앞두고, 내달 1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랜치별로 2년물 300억원, 3년물 1000억원, 5년물 200억원이 예정돼 있다. 발행 채권의 희망 금리 구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건설도 공모채 2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전체 1년 만기이며, 최대주주 롯데케미칼이 지급을 보증하는 구조다.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은 A등급이지만, 롯데케미칼의 신용보강을 받아 AA+등급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 26일 수요 예측 후 내달 2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이 지급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롯데건설 공모채 발행이 어려웠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롯데건설이 최대주주 도움으로 자금난 위기를 모면하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대여해줬고, 876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주요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당장 신용등급을 강등하진 않지만, 재무상태를 관찰하면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포스코도 내년 초 최대 7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모집금액은 3500억원으로 수요 예측에 따라 증액 가능성이 있다. 내년 1월 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12일 발행할 예정이다. 트랜치는 2·3·5년으로 상되며, 발행 금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 시장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기관 투자자의 채권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건설회사와 금융사의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지는 것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은행채, 여전채 등의 만기도래 규모가 크지만,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량 등급의 매수 전략이 유효하며 만기까지 고금리 이자 수취를 원한다면, 중장기물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파트 가격 하락과 미분양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건설사의 자금 부담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계 금융사의 연쇄 충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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