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 내려도 소중한 인생 노래하는 '멀티버스 뮤지컬'
뉴욕서 새 출발 준비하는 39세 여성 주인공
한 번의 선택으로 엇갈리는 2개의 삶 무대로
정선아, 출산 후 복귀작…'인생 캐릭터' 보여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막이 오르면 “그래, 결정했어”라고 외치던 ‘TV인생극장’, 또는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1998년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가 생각날지 모르겠다. 최근 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멀티버스(multiverse, 다중우주)도 연상된다. TV나 영화에서 자주보던 설정이 뮤지컬에 등장하니 호기심이 당긴다.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신작 뮤지컬 ‘이프덴’(If/Then)의 첫 인상이다.
이야기는 플랫아이언 빌딩이 보이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로 변신한 무대에서 시작한다. 12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엘리자베스가 등장해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희망을 노래한다. 그런 엘리자베스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난다. 그녀를 ‘리지’라 부르는 이웃 케이트, 그리고 ‘베스’라 부르는 대학원 동기 루카스다. 작품은 엘리자베스가 케이트와 루카스를 각각 선택함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인생을 교차시키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번의 선택이지만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리지’는 뉴욕시 도시계획부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원 동창 스티븐의 전화를 놓치면서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잃지만, 대신 공원에서 처음 마주친 군인 조쉬와 우연 같은 만남을 반복하면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반면 스티븐의 전화를 받은 ‘베스’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도시계획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조쉬와는 공원에서 엇갈려 스쳐지나갈 뿐이다.
극 초반부의 설정이 ‘인생극장’ 또는 멀티버스를 떠올리게 한다면, 극이 전개되면서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떠오른다.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 성(性), 그리고 결혼과 출산 등에 고민을 솔직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동성애, 채식주의 등에 관대한 뉴요커의 일상을 다루다 보니 한국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또한 리지와 베티의 삶이 계속해서 교차되다 보니 이야기를 집중력 있게 따라가지 않으면 극의 흐름을 쉽게 놓칠 수도 있다.
인생의 선택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리지도, 베스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작품은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성공과 실패를 칼로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막 후반부, “내 사랑 끝이 났지만, 삶은 끝나지 않았어. 나는 걸어 이 길을 또 걸어 갈래”라는 엘리자베스의 노래가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번 한국 초연에선 배우 정선아·박혜나·유리아가 엘리자베스 역에 캐스팅됐다. 특히 정선아는 출산 이후 첫 복귀작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생생한 연기와 변함없는 가창력으로 ‘인생 캐릭터’를 보여준다. 루카스 역은 배우 에녹·송원근, 조쉬 역은 조형균·신성민·윤소호가 맡는다 . 이들 외에도 최현선·이아름솔·조휘·임별·정영아·박좌헌·김찬종·전해주 등이 출연한다. 내년 2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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