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적자' 티빙, 내년엔 수익성 개선 가능할까
(지디넷코리아=서정윤 기자)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CJ ENM의 OTT 티빙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1년간 선택한 길은 제휴와 합병이었다. 티빙은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데 이어, KT 시즌과도 합병을 완료했다.
콘텐츠 제작비 투자가 날로 커지는 'OTT 판'에서 티빙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를 뚫고 수익성 개선을 이룰지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 3분기 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18.6%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피프스시즌 영업손실 영향으로 미디어부문 수익성은 부진했다. 티빙의 수익성 부진으로 CJ ENM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당시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고 그에 따라 손익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라며 "내년 초부터 시즌과의 합병 성과가 가시화되는 등 의미 있는 손익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티빙의 미래가 그리 장밋빛은 아닐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특수가 끝나며 OTT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가운데 제작비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고창남 티빙 국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OTT 관련 토론회에서 "올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면 내년에는 '생존'이 필요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제작비 증가
OTT의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온다. 소비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각각의 OTT에 가입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국내에 진출하며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기 위해 과감한 제작비를 동원, 화려한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 결과 국내 OTT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장점유율도 달성할 수 있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OTT 가운데 시청시간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넷플릭스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44%의 시청점유율로 27.3%를 차지한 웨이브를 큰 폭으로 앞질렀다. KISDI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한 것이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OTT도 제작비를 큰 폭으로 늘려야 했다. 업계에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제작비 100억원을 투입하면 대작을 만들 수 있었는데, 요새 드라마 제작비는 150억원 수준이 평균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우 출연료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후보정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으며 관련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천억원을 투입해 15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다. 단순 계산할 때 작품당 평균 350억원 가량을 투자한 셈이다. 특히 업계는 최근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집'에는 4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조만간 공개할 초능력 액션 영웅물 '무빙'에는 5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OTT 업계는 이제 제작비 경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 왓챠는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최근 진행된 국회 토론회에서 "올해 티빙 적자규모는 작년을 훨씬 뛰어넘을 것 같고, 내년은 더 암담하게 느껴진다"며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투자 여력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즌과의 합병, 변수될 수 있을까
티빙은 파라마운트·시즌과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티빙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제휴를 맺어왔다. 2020년 10월 CJ ENM 분사 직후에는 JTBC스튜디오의 지분투자를 받았으며, 네이버로부터 4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티빙은 지난 6월에는 파라마운트+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사는 티빙 앱 내부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탑재하는 건 물론 콘텐츠 공동제작과 라이선싱, 유통 업무를 함께 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총 7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함께 제작한다.
시즌과의 합병으로는 KT와 다양한 제휴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CJ ENM 입장에서는 KT의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가입자를 잠재적인 시청자로 끌어모을 수 있다. KT가 보유한 다양한 채널에 티빙 콘텐츠를 송출하는 방식이다. 통신 서비스와 연계해 다양한 상품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내외 OTT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협력모델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만을 바라보고 사업을 이어가는 것에는 이제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도입과 같은 수익성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사람들의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시장 우려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대비 OTT 가입자 비중은 74.4%로 여전히 성장 잠재력은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국내 상위 7개 OTT 플랫폼 이용자수는 지난 1월 2천603만명에서 4월 2천252만명으로 감소했고 9월 다시 2천512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에 부침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OTT에 맞서는 토종 OTT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명확해지는 시기인 만큼 경쟁력을 잃은 OTT들의 소멸은 불가피하며, 결국 자본력과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한 OTT들로 체제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윤 기자(seojy@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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