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에 파생결합사채 ‘불완전판매’ 주의보
“불완전판매 유의, 편법 사모발행 금지, 내부통제”
‘코스피 수익률 100%’ 등 황당한 조건도 모니터링
올 4분기 자금난에 시달려온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파생결합사채를 경쟁적으로 내놓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파생결합사채가 사실상 발행하는 증권사 신용에 의지한 회사채임에도, 기초자산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6~8%대 고금리 파생결합사채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 금감원이 증권사에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고 강하게 당부한 것이다. ▶12월 14일자 A1·3면 보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의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주 파생결합사채에 투자할 경우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 등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파생결합사채 투자시 유의사항 안내’를 발표한 바 있다.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정해진 조건에 따라 수익이 확정된다. 원리금이 보장되지만, 만약 판매사가 파산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기타파생결합사채(DLB)는 ELB와 대체로 동일하지만 이자율, 원자재, 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ELB와 DLB는 상품의 구조 때문에 기초자산의 안정성과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연관돼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둘 간의 아무런 관계가 없고 지급 여부가 회사 신용도에 따라 결정된다”며 “공문은 ‘판매할 때 회사의 신용도나 유동성, 지급여력 같은 것을 투자자들에게 잘 설명하고 판매하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생결합사채의 원리금 상환여부는 발행사의 지급여력에 따라 결정된다. 기초자산은 더 높은 금리를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원리금 보장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파생결합사채는 최근 발행어음을 찍지 못하는 중소형 증권사의 주요 자금 조달처로 꼽히고 있다.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어음을 찍으려면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겨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돼야한다. 종투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는 발행어음 대신 규제가 없는 파생결합사채를 택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 발행인 ELB가 대부분이지만, 사모 발행인 ELB도 있다”며 “과거 증권신고서를 안 내고 발행해도 되는 것처럼 약간의 눈속임을 통해 내는 행태를이 종종 있었는데, ELB가 경쟁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을 조심하라는 당부가 공문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 파생결합상품은 별도의 계좌로 달리해서 보관하도록 돼있는데, 이런 내부통제를 잘 준수하도록 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해당 상품의 판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차칫 잘못할 경우 자금시장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여력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의 몸부림에 올해 파생결합사채 발행액은 폭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0~11월 파생결합사채 발행액은 8조2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790억원)에 비해 449%나 급증했다.
ELB 발행이 과열되다보니 ‘코스피200 수익률 100%’ ‘삼성전자 주가 1000만원’ 등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소지뿐만 아니라 이처럼 파생결합사채의 발행 취지와 동떨어진 조건을 내거는 증권사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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