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상감시 '눈' 확보 경쟁…北 '4월 위성1호기' 도전장
北 "해상도 20m 장비로 시험" 주장…南 개발 위성은 0.3~0.5m 예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 완성을 선언하면서 내년에 군 정찰위성을 도입하는 남한과 한반도를 감시하는 하늘의 '눈'을 확보하고자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북한 미사일에 대응해 내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1조2천억원이다.
탑재 위성은 ADD 주관으로 개발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우주궤도에 오르게 된다. 군 당국은 스페이스X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 미국 정부의 발사체 수출 승인 조처도 마쳤다.
군 당국은 내년 말께 미 본토에서 첫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800㎏급 정찰위성 5기를 지구 궤도에 순차적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정확한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중·대형 정찰위성이라면 해상도(분해능)는 0.3~0.5m 수준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번호판 식별도 가능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 군은 자체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위성정보 80% 이상을 미국 정찰자산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군 정찰위성 5기가 정상 가동되면 윤석열 정부의 북핵·미사일 대응 전력인 한국형 3축 가운데 조기 탐지·추적·파괴를 의미하는 '킬체인'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방사청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국형 3축체계의 '425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다.
북한도 질세라 정찰위성 자체 개발·발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국방공업혁명 제2차 5개년 계획에 따라 ▲ 미 본토 포함 1만5천㎞ 사정권 타격 명중률 향상 ▲ 수중·지상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 핵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 극초음속 무기 도입 ▲ 초대형 핵탄두 생산 ▲ 500km 무인 정찰기 개발과 함께 군사 정찰위성 운영을 핵심 과제로 열거했다.
특히 올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한 자리에서 "5개년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하"라고 독려했다.
태양동기극궤도는 인공위성 궤도 중 하나로, 궤도면과 태양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이 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상 물체를 매일 같은 시각에 관측할 수 있다.
북한은 19일 공개보도에서 전날 정찰위성 구성품이 우주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했다며 서울·인천을 촬영한 위성촬영 이미지를 함께 공개했다.
특히 내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밝혀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에 앞서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측에 지지 않겠다는 경쟁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이날 공개한 서울·인천 위성촬영 이미지가 진짜라고 하더라도 군사정찰위성으로 쓰기에는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얼마나 더 정밀 촬영이 가능한 장비를 개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날 시험에는 '20m 분해능(해상도) 시험용전색촬영기'가 쓰인 것으로 공개됐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찰위성 해상도가 0.5m 수준 이상인 점에 비춰 20m 해상도는 군사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라면서도 "관측폭이 넓다면 한 번에 넓은 지표면의 관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의 경우 북한은 지금까지 장거리 로켓으로 6차례 위성체의 궤도 진입을 시도해 2차례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주 궤도를 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위성은 2012년 12월 발사한 광명성 3호 2호기(KMS 3-2)와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 4호(KMS 4) 정도인데 지상국과의 정기적인 송수신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
2016년에 발사한 광명성 4호기도 위성과 지상국 간의 신호가 송수신된 사례가 없어 위성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이 확보하는 정찰위성은 자체 개발하되 발사체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해외 민간기술을 활용하는 데 비해 북한은 위성과 발사체 대부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다만 북한도 위성의 수명을 좌우할 배터리 등은 해외에서 민수용으로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
장 교수는 "세계 각국의 위성기술 수준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우주용 구성품을 구할 수 없고 전자부품 및 소재 기술이 제한적인 북한 입장에서는 위성기술의 신속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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