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랫폼 규제, 이대로 괜찮나

최은수 기자 2022. 12.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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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선 공약 당시 내세운 '플랫폼 자율규제' 무산 위기
카카오 먹통 사태 계기로 전방위적 규제 압박 이어져
이용자 보호·중소상인 보호 위해선 정부 규제 필요하다지만
자칫 미래 신사업 초토화·글로벌 빅테크와의 역차별 우려도
무차별적 규제보단 산업진흥과 병행하는 합리적 규제방안 논의돼야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온플법(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대신 자율규제를 하겠다던 공약은 이대로 백지화되는 걸까요."

한 온라인 플랫폼 업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최근 정부 규제의 칼끝이 카카오를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들을 겨냥하면서 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이하 케이큐브)가 금산분리를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검찰 고발키로 했다. 금융기업인 케이큐브가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카카오는 억울해 한다. 수신 행위가 없었던 회사를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했다고 해서 '금산법'에 규정된 금융회사로 볼 것인지 논란은 차치하고, 농협·교보생명 등 명확한 금융업 회사들의 유사 관련 법 위반사례를 보더라도 형사 고발조치는 과도한 제재라는 항변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카카오가 항소 의지를 밝혔으니 공정위 처분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세간의 이목은 향후 결과보다 제재 이면에 쏠리는 분위기다. 현 정부가 '플랫폼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케이큐브 검찰고발 조치가 결국 회사 오너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겨냥한 제재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하필 국세청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핵심 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그런 추론이 나올 법하다.

지난 10월 카카오 먹통 대란 발생 직후 '카카오 독과점' 우려를 표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 발언 이후 카카오와 플랫폼 사업자들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내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등에 대해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계약법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부가 봤을 때도 플랫폼은 '국민 밉상'이었을까. 기류가 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1일 일정규모 이상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함께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화재·지진사고 등 재난상황에 대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규정한 '카카오먹통방지법'이 여야 이견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불과 2년 전에 신규 산업에 대한 과잉·이중 규제 우려가 제기돼 폐기됐던 법안인데 카카오 먹통 대란 사태를 계기로 일사천리로 재추진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심의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 규제안들이 국회 발의돼 있다.

사실 정치권과 행정부가 플랫폼 독과점을 견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빨라지는 디지털 전환 추세와 맞물려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실물경제를 주도하는 세상이다. 시장 독과점에 따른 폐해는 그 이전 시대와는 비교 안될 정도다. 아무리 '자율규제'를 중시한다 해도 일정 부분 정부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연일 '플랫폼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플랫폼은 미래 글로벌 주도권을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할 미래 산업군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웹툰과 게임, 검색과 메신저, 배달, 영상 콘텐츠 등 일부 영역에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검색, 쇼핑을 비롯해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 시장을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에 내준 유럽연합(EU) 등과도 엄연히 차이가 있다.

벌써부터 네이버·카카오 규제로 촉발된 플랫폼 규제가 자칫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의 싹을 자르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영상 플랫폼에서 전체 영역으로 빠르게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의 그물'에 국내 기업들만 갇히는 '역차별'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될 경우 벤처 생태계 시장 전체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대선 후보자 시절 '자율규제' 원칙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플랫폼은 혁신의 하나로 사회 전체 발전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언급한 말이다. 상당수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들이 윤 정부 출범에 기대했던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류 콘텐츠에 이어 플랫폼 시장에서도 '오징어 게임' 같은 대박 서비스가 나오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플랫폼 규제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 절실해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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