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일본 허락받고 줘야 하나”…시민단체, 윤 정부 작심 비판
“외교부, 느닷없이 형평성 거론”
“대한민국 훈장도 일본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19일 양금덕 할머니(92)의 ‘인권상’과 ‘국민훈장 서훈’을 취소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한일 관계 개선을 이유로 외교부가 인권상 수상을 고의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9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서훈 추서 방해에 대한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양 할머니의 인원상 수상을 두고 벌어진 사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 9일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교부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란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중단됐다. 외교부는 해당 사태와 관련해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빚어진 절차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지난 15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다른 생존 피해자들의 ‘형평성’을 고려해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인권상 수상을 방해하기 위해 ‘거짓 해명’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2007년 국정관리시스템이 전산화된 이후 현재까지 관련 부처 이견으로 서훈이 무산된 사례는 없다”며 “절차적 문제가 아닌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수상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의도했던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외교부가 느닷없이 형평성을 얘기하는 것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30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한 길을 걸어온 양 할머니의 공적을 깎아내리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덧붙였다.
시민모임은 양 할머니의 인권상 중단 결정 배경이 ‘일본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범국 일본이 반성은커녕 군사 대국화로 질주하는 데는 윤 정권의 빈약한 역사의식과 저자세 굴욕외교가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들 일본 허락 없이 훈장도 수여 할 수 없는데, 이러고도 제대로 된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진 장관에게 양 할머니의 국민훈장 서훈 무산과 관련한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서에는 다른 생존자들과 양 할머니가 어떤 점에서 형성에 문제가 있는지, 연내 추진이 어렵다면 내년에는 양 할머니 등 피해자 모두에게 인권상을 추천할 의사가 있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양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다.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수십 년째 일제 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힘쓰고 있다.
양 할머니는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판결에도 일본 측이 배상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다시 해당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하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다. 일본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하고 있으며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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