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시장 안정?...부동산PF 만기 29조 곧 도래
기사내용 요약
채권시장, 우량물 중심으로 개선
한은 RP 매입 수요 미달 잇달아
금융기관 자금 조달 시장 안정
비우량채·여전채 투자심리 위축
부동산 PF 우려 여전…차환 우려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증권사 등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수요 미달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반면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 금리의 하락 전환에도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기업들의 자금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 특히 내년 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물량이 29조에 이르고 있어 부동산 시장 침체시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직은 안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정부의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신용도가 높은 우량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한은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캐피탈콜 출자 금융기관에 대한 첫 RP 매입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단기금리가 기준금리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등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은을 통한 자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앞서 16일 RP 91일물 매입 경쟁입찰을 시행한 결과 616억원이 응찰해 616억원이 낙찰됐다고 공지했다. 평균 낙찰금리는 3.51%였다. 매입 예정 금액 7500억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만 낙찰된 것이다.
한은의 RP매입 수요 미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실시한 RP 14일물 매입에서도 3조3000억원이 응찰해 2조6000억원이 낙찰됐다. 이는 당초 매입 예정금액 3조5000억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12일 실시한 RP 28일물 매입에서도 2조1200억원이 응찰해 1조5300억원이 낙찰되는 등 매입 예정 금액 3조원의 절반 가량만 낙찰됐다. 단기 금융시장 자금경색이 완화되면서 한은의 RP 매입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 시장은 여전히 위축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5.54%까지 치솟았던 CP금리는 지난 2일부터 상승세를 멈추더니 지난 12일 하락 전환했다. CP금리가 하락 전환한 것은 지난해 4월 16일 이후 1년 8개월 만이기는 하지만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도 우량물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우량등급 회사채(AA-등급) 3년물 금리가 연 5.227%를 기록하면서 국고채 3년물(3.539%)과 우량 회사채 간의 '신용스프레드'가 168.6bp(1bp=0.01%포인트)로 전날(172.7bp) 보다 큰 폭 축소됐다.
반면 여전히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BBB- 회사채와의 신용스프레드는 755.3bp로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BBB- 회사채 금리도 11%를 넘어서는 등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피탈채 등 여전채의 경우도 민평 금리보다 높은 금리에서 거래되며 투자심리가 아직까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도래 하는 PF-ABCP 규모가 29조원에 이른다. 이번달 9조300억원, 내년 1월 11조9600억원, 2월 8조2500억원 등이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이 가동되면서 우량물 중심으로 신용 시장의 자금 수급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연말 수급 불안, 단기 자금 시장의 추가 유동성 경색 가능성, 부동산 PF 불안 등 우려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채, 공사채 등 우량 채권은 단기구간 강세가 전체 만기로 확대되고 있고 우량 회사채의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CP시장 위축이 아직 이어지고 있고 있는 등 아직까지 시장의 온기가 우량채에 머물러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급격한 긴축 우려가 낮아지면서 국내 국고채 시장금리가 빠르게 안정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가정점 도달에 대한 기대감과 통화긴축 정책 완화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은 10월 4.368%까지 상승했으나 최근 하락 전환하면서 지난 16일 기준 3.539%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리정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까지 정책금리를 5.1%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며 내년에도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한 3.5% 이상으로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PF-ABCP 등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경우 부동산 PF에 대한 차환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주거용 부동산을 전망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동 주동재개발 사업의 분양 성적이 시장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전반적인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ABCP 만기는 3개월로 내년 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이 29조원으로 대부분인데, 최종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로 차환 되지 않거나 상환 능력이 없을 경우 내년 초 신용 시장 전반의 위기로 리스크가 전이 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 자금시장의 추가 경색 가능성과 부동산 PF 불안 등 여러가지 리스크가 우려되고 있다"며 "우량채권 쪽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내년 초까지 이어질 만기 집중 현성과 부동산과 관련된 비우량채 신용위험 증가로 아직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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