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은 어떤 기분이었을까'…대한제국 마지막 궁중 잔치 '임인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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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추위를 무릅쓰고 뜰에 모여 간청하니 그 정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구나국가를 위하고 백성을 돌보고자 하는 짐의 뜻을 이해하여 모든 의식절차를 간소하게 하고 번거롭게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임인년 열린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라는 뜻의 이 행사는 고종의 즉위 40년과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망륙'(望六·51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잔치를 열자는 청을 올렸으나 고종은 수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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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 번 연기된 것도 기묘한 우연"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연일 추위를 무릅쓰고 뜰에 모여 간청하니 그 정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구나…국가를 위하고 백성을 돌보고자 하는 짐의 뜻을 이해하여 모든 의식절차를 간소하게 하고 번거롭게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1902년(임인년) 12월7일 경운궁(현 덕수궁) 내 관명전. 오전 9시 고종이 들어와 어좌에 앉은 후 뜰에 마련된 특설무대를 바라본다. 악공 113인과 무용수 277명이 동원된 대한제국의 마지막 궁중 잔치가 열리는 순간이다.
국립국악원이 120년 전의 궁중 잔치 '임인진연'을 무대예술로 되살렸다. 임인년 열린 진연(進宴·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이라는 뜻의 이 행사는 고종의 즉위 40년과 나이 예순을 바라보는 '망륙'(望六·51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것이었다.
당시 진연은 크게 남성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를 올린 '외진연'과 황태자와 황태자비, 군부인, 좌·우명부, 종친·척신(남성신하) 등이 함께한 '내진연'으로 나뉘어 열렸다. 국립국악원이 오는 21일까지 재현하는 무대는 예술적 측면이 강한 내진연이다.
실제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잔치는 100분짜리로 공연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당시 고종이 느꼈을 소회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행사의 상세 내용이 담긴 '진연의궤'와 병풍 기록화 '임인진연도병'을 바탕으로 엄격한 고증을 거친 덕이다.
공연의 백미는 고종에게 술잔을 올리는 예법인 '진작'.
'배'(절한다), '흥'(머리를 든다), '평신'(일어선다) 등의 구호에 맞춰 황태자(순종)를 시작으로 황태자비, 영친왕, 종친·척신까지 이어지는 일곱번의 의례는 엄숙하면서도 기품 있다.
진작 순서에 따라 보허자, 낙양천, 수제천, 해령, 여민락, 수룡음, 세령산, 계면가락도드리 등의 궁중 음악이 연주되고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등 다채로운 궁중 무용도 만날 수 있다.
실제 잔치가 열리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열강들의 위협 속에 고종은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다. 고종은 독립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아버지의 뜻을 읽은 황태자가 발벗고 나섰다. 대한제국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잔치를 열자는 청을 올렸으나 고종은 수락하지 않는다. 나라 사정을 염려해서다.
고종은 첫 번째 요청을 받은 뒤 "지금은 백성들에 대한 일이 황급하니 이처럼 여유 있는 일을 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궁중 잔치는 5차례 상소가 올라간 다음에야 열릴 수 있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최근 열린 프레스콜 행사에서 "당시 대한제국은 국력이 쇠잔해가던 시기였는데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선보인 잔치를 통해 독립된 국가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연출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교수는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 바뀐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애당초 지난 3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8월로 미뤄졌다 공연 직전 폭우로 시설 일부가 침수되면서 이번 달로 또다시 연기됐다.
박동우 연출은 "120년 전에도 콜레라와 시설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야 열렸는데 기묘한 우연"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내년에도 임인진연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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