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안되고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러워"…스쿨존서 보름 만에 또 참변

한병찬 기자 2022. 12. 19. 14: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일 오전 9시20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김모씨(61·여)가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김씨는 "사고 당일 제설이 전혀 안돼 있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앞이나 보행이 많은 도로부터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며 "스쿨존 사고 방지를 위해 방지턱, 미끄럼 방지 포장 등 물리적 구조의 개선뿐 아니라 아이들 안전 교육과 운전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사고 버스 시속 40㎞…과속운전 혐의 미적용"
전문가 "학교 앞이나 보행 많은 도로부터 제설해야"
19일 오전 9시30분쯤 사고 현장에 추모를 위한 과자, 딸기우유 그리고 조화들이 놓여있는 모습이다. ⓒ 뉴스1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보름 전에도 사고가 났는데 또…"

19일 오전 9시20분 서울 강남구 세곡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김모씨(61·여)가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틀 전 초등학교 6학년 A군(12)이 버스에 치여 숨진 바로 그곳이다. 김씨는 "사고 당일 제설이 전혀 안돼 있었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사고 현장에는 추모를 위한 과자, 딸기우유 그리고 조화가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부서진 가드레일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많이 아팠지 하늘나라 가서 잘살아. 세곡동 친구들이'라고 적은 포스트잇이 바람에 흔들렸다.

A군은 17일 오전 9시9분쯤 스쿨존에서 불과 8m 떨어진 횡단보도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당시 A군은 보행신호가 적색등일 때 건너편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름 전인 2일에도 강남구 청담동의 초등학교 앞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군을 친 버스 운전기사 B씨는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뛰어오는 아이를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급히 밟았지만 길이 얼어 버스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 도로에는 2㎝ 미만의 눈이 쌓여 미끄러운 상태였다.

경찰은 "태코미터(자동운행기록장치) 조사 결과 당시 버스의 속도가 시속 40㎞로 확인됐다"며 눈이 2㎝ 미만으로 쌓이면 20% 감속해야 하는데 사고 도로의 규정 속도가 시속 50㎞여서 과속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19일 B씨를 입건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버스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19일 오전 9시30분쯤 사고 현장의 모습. 가드레일이 휘어져 있다.ⓒ 뉴스1 한병찬 기자

◇ "도로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러워…민원 넣었지만 답 없어"

주민들은 당시 도로가 미끄러웠던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고를 목격한 아파트 경비원 C씨는 "그날 눈이 오고 있어서 빗자루로 인도에 눈을 치우고 있었다"며 "눈이 녹아도 날이 추워 스케이트장처럼 도로가 미끄러웠다"고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A군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던 박지혜씨(39·여)는 "작년에도 눈이 많이 왔을 때 차들이 오르막길을 아예 못 올라갔다"며 "사고 당일 도로가 얼어 있을 정도로 제설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박모씨(35·여)는 "사고가 난 횡단보도가 오르막길이라서 속도를 높이는 차가 많다"며 "아이들이 진짜 많이 다니는 곳인데 불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스쿨존에는 오르막길을 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차량이 많았다. 그런데도 현장에는 과속단속용이 아닌 방범용 카메라만 있었다. 미끄럼 방지 포장 또한 돼있지 않았다.

박씨는 "사고 위험이 높다고 생각해 주민들이 도로 열선 설치와 제설 문제로 매년 민원을 넣지만 구청은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구청 관계자는 "CCTV 영상을 보면 눈이 1㎝도 안 쌓였다"며 "제설이 일부 안 돼도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이상 차량 열기로 다 녹는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넓은 구역을 제한된 장비와 인력으로 제설하다 보니 차량 소통이 많은 간선도로의 눈을 먼저 치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설 작업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가 크고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보다 스쿨존이나 작은 도로가 더 위험하다"며 "간선도로, 보조간선도로, 이면도로 순서인 제설작업 순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앞이나 보행이 많은 도로부터 제설 작업을 해야 한다"며 "스쿨존 사고 방지를 위해 방지턱, 미끄럼 방지 포장 등 물리적 구조의 개선뿐 아니라 아이들 안전 교육과 운전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9시30분쯤 사고 현장에 놓인 조화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의 모습 ⓒ 뉴스1 한병찬 기자

bch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